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37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1-30 17:16
조회수: 149
 
김기림金起林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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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범, 장이욱, 김기림, 선우휘, 조윤제, 장만영, 김경린, 신석정, 김광균, 양병식, 이봉구,
박인환, 백 철, 박기준, 송지영, 박목월, 김용묵, 이현구, 이하윤, 서정주, 황순원, 홍효민,  
조지훈, 박두진, 최태응, 조연현, 이 한, 이진섭, 김원규, 김광주 <등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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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실험실을 이화실(理化室)이라고 불렀다. 물리·화학의 준비실이며, 물리·화학 선생들이 있었다. 그때 조선 사람으론 방성희(方聖熙) 선생이 계셨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방 선생은 경성제국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시고 물리 선생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과묵한 분이어서 좀처럼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하루 가나 이틀 가나 사흘 가나, 그대로 묵묵히 있으면서 말이 없었다. '이상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같은 조선인이라는 친근감이 들곤 했다. 이렇게 나는 학생 신분으로 모교의 선생 노릇을 하면서 암담한 시간을 매일매일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8월 15일, 일본은 패망을 하고 조선은 다시 해방이 되었다. 그 열광된 풍경을 어찌 이곳에 다 담을 수 있으리.
9월 1일, 나는 구 직원의 한 사람으로 정식 군정청 발령을 받은 교유가 되었다. 신기범 선생님을 비롯해서 방성희 선생 안 선생님(조선어 담당) 조대행(趙大行, 동경 물리학교 출신, 수학 담당) 선생 그리고 나, 이 다섯 사람이 구 직원이었다. 교장은 이북에서 넘어오신 장이욱(張利都) 선생이셨다. 미국 군정 아래 이렇게 다시 한국의 각 학교는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해방이 된 조국은 정치의 대혼란 속에 말려 들어갔다. 좌익과 우익의 싸움 속에서 전국은 험악한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이 속에서도 국대안(國大案) 반대 투쟁이 날로 심해져 갔다. 과거에 있었던 관립 전문학교, 그러니까 경성 사범학교·경성 고등공업학교·경성 고등상업학교·경성 법학전문학교·경성 광산전문학교·수원 고등농림학교, 이것들이 기왕에 있었던 경성제국대학과 합병해서 하나의 서울종합대학을 만든다는 미군정청안이 소위 국대안이라는 거다. 이렇게 되어, 기왕의 경성제국대학은 서울문리대로, 경성고등공업은 서울공대로, 경성고등상업은 서울상대로, 경성사범학교는 서울사대로, 경성법학전문학교는 서울법대로, 수원고등농림학교는 서울농대로.. 그 이름이 바뀌어지게 된다.
이 미군정청이 제안한 국대안에 대해서 극렬한 반대투쟁이 일어났다. 찬성파는 우익이요, 반대파는 좌익이었다. 하여간 매사에 반대하는 건 좌익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이북에서 넘어온 시인 편석촌(片石村) 김기림(金起林)이 경성사범학교 영어 선생으로 들어왔다. 편석촌은 일본 동북(東北)제국대학 영문학과 출신이어서 신기범 선생이 초대한 것이다. 그 극렬한 국대안 반대 속에서 서서히 경성사범학교는 서울사범대학으로 이행되면서 학장은 장이욱 교장이, 부학장은 신기범 선생이 그 일을 맡게 되고 학부와 부속중학교(6년제)로 분리되어 갔었다. 피가 터지고, 병신이 되고, 그 국대안 데모는 날로 격심해지고, 1946년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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