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36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1-23 17:56
조회수: 195
 
김기림金起林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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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범, 장이욱, 김기림, 선우휘, 조윤제, 장만영, 김경린, 신석정, 김광균, 양병식, 이봉구, 박인환, 백 철, 박기준, 송지영, 박목월, 김용묵, 이현구, 이하윤, 서정주, 황순원, 홍효민,  조지훈, 박두진, 최태응, 조연현, 이 한, 이진섭, 김원규, 김광주 <등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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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좌절이었다. 나의 시 작업은 거기서 시작을 했다.
경성사범학교 보통과(중학교 과정) 2학년이었던가 3학년이었던가, 「마담 큐리전」을 읽고 크게 감동을 한 나머지 나도 자연과학의 길로 나의 꿈의 길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다행히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물리화학을 전공하려 생각하고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도쿄) 이과 2부에 들어갔었다. 이과 1부는 수학을 전공하는 과였고, 이과 2부는 물리화학을 전공하는 과였고, 이과 3부는 생물을 전공하는 학과였다. 내가 동경고등사범학교를 가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다. 경성사범학교는 보통과 1학년부터 연습과 졸업할 때까지 관비 교육이었다. 말하자면 조선총독부의 돈으로 운영이 되는 학교였다. 때문에 이 학교를 졸업하면 의무적으로 2년간을 교육에 종사하여야 했다.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려면 관비를 받은 만큼의 돈을 변상해야 했다. 가난한 수재들이 모여든 학교라서 돈을 변상하면서까지 다른 학교로 진학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빠져나가는 길이 하나 있었다. 교원을 양성하는 학교였다. 장차 교원이 되는 학교라면 허락이 되었다. 그 길로서 동경 고등사범학교와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시험이 어려워서 여간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걸 해냈다. ‘기왕이면 도쿄로 간다’ 하는 생각으로 동경 고등사범학교, 그것도 좀더 힘들었던 물리화학과에 응시를 했다. 천우신조로 합격이 되었다. 실로 천우신조였다. 합격이 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젊은 후배들은 참으로 웃기는 글도 다 쓴다 하겠지만 사실 그때는 그러한 상황이었다. 그 학교가.
이렇게 해서 나는 물리화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2차대전의 말기여서 제대로 참하게 공부만 할 시대적 여건이 되질 못 했다. 패전으로 몰리고 있는 일본의 수도, 도쿄는 공습을 맞기 시작했다. 학생동원령이 내려졌다. 학생근로봉사대가 조직이 되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던 학생들은 공장으로 동원이 되었다. 때때로 동원이 되면서 강의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질 못했다.
공습이 심해져서 언제 객지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학년 재학중 일시 귀국을 했다. 어머님을 한번 보고 싶어서.

그때는 오키나와 전투가 심해지고 일본에 패전의 기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귀국한 김에 모교 경성사범학교로 은사 신기범(愼驥範)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신기범 선생께선 일본 야마가다(山形) 고등학교를 거쳐 교토(京都) 제국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시고 경성사범학교 영어 교유로 계셨었다. 내가 1학년에 들어가서부터 보통과 5학년 졸업할 때까지 쭉 영어를 가르쳐주셨고 몇 차례 담임도 하셨다. 그 당시 경성사범학교 교유란 조선인으로선 여간 어려운 자리가 아니었다. 일본인 교유도 대단한 대우를 받는 자리였다.
신 선생께선 당분간 도쿄에 들어갈 수 없으니 우선 교장을 만나보자고 하시면서 다카하시(高橋)라는 교장을 면회시켜주셨다. 다카하시 교장은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 출신이었다. 면회하자마자 잘 되었다. 물리 선생이 입대해서 그 자리가 비어 있으니 화학실험실에 근무하면서 물리를 가르치라는 것이다.
나도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차피 도쿄에 들어가기 틀렸고 집에서 놀기엔 시국이 너무나 위태롭고 해서 근무하기로 했다. 그것이 1945년 7월 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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