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4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9-23 14:32
조회수: 46
 
175. 아내가 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스무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일생을 그렇게 다투면서 살아 왔지만 막상 먼저 떠나보내고 나니 허전하고,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애석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일생 같이 지낸 것이 고맙기도 하고, 이러한 것이 인생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가 나왔다.

        내가 지구를 떠나는 날의 인사

        이 곳, 지구는 이제 틀렸습니다
        인간으로 하여, 사람으로 하여
        날로 썩어가며 더러워져 가며 망가져 가며
        흙과 물, 공기는 맥없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 곳, 지구는
        다시 올 곳이 못됩니다
  
        불쌍한 것은 자연
        풍요로운 산모 같은 대지는
        병들어 부패하며 단산으로 이어지며
        자연은 소리 없이 멸망해 가고 있습니다
    
        자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을 말하는 말이옵니다

        이제 이곳 뜨면
        이곳, 지구는 다시 올 곳이 못됩니다.
        (1998.3.30.)
       (시집 『기다림은 아련히』에서)  

  이러한 생각으로 나는 지금 살고 있다. 내가 이 세상 어머님이 주신 생명 다하여 죽으면, 먼 윤회(輪廻)의 길로 떠나겠지만, 이 지구에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다.
(『외로우며 사랑하며』, 260~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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