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5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9-26 16:11
조회수: 120
 

176. 1998년 4월 30일, 오늘 원남동 원불교 법당에서 아내의 49제, 그 종재식(終齋式)이 오전 10시 30분에 있었다. 나는 49제라는 말을 들은 일은 있었지만, 그 49제 마지막 날이 종재식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장중한 영전, 그 자리에서 뉴욕에서 온 외손녀 윤희정이가 마침 나온 나의 47번째 시집 『먼 약속』에서 「그곳은」을 읽어 주었다.

     그곳은

그곳은 찾아갈 수 없는 곳이어서
서로 만날 수 없다 해도
그리 섭섭해 하지 마십시오
그저 서로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은
내가 찾아갈 수 없는 곳이어서
서로 만날 수 없다 해도
그리 서운해 하지 마십시오
그저 서로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그곳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 마음
서로 간절하다 하더라도
그리 매정하다 하지 마십시오
그저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당신이 있는 그곳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서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해도
몰인정하다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아, 그저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1998.3.22.)
(시집 『먼 약속』에서)

  그리고 마지막 이별 고사를 막내 영(泳)이 구슬프게 읽어서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번 47번째 시집 『먼 약속』은 ‘먼저 간 아내 김준(金埈)에게’ 이렇게 헌사가 묻혀 있는 시집이다. 그리고 진명여고 시절 지리 선생 정갑(鄭甲)씨 가 지어 주셨다는 호가 시영(詩影)이어서, 그것도 기념하기위해서, 이렇게 마지막 이별을 아내하고 했다. 꺼림칙한 마음 하나 없이.
(『외로우며 사랑하며』, 266~267쪽.)
    
△ 이전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6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 다음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4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