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2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9-16 11:46
조회수: 49
 
173. 일전에 내가 흠모하고 있는 분이 “조 선생, 묘비로 어느 시를 선택 하겠습니까?” 하길래 “내 모든 시가 내 묘비명이 아니겠습니까?” 하자, “그러지 말고 내가 기억하고 있을 터이니 하나 골라 보십시오.” 다시 말씀하시길래 “그럼 수일 내로 알려 드리지요” 하고 헤어진 일이 있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다시 다음과 같은 시를 나의 묘비명으로 써 보았다.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귀향」

  나는 평소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어머님이 무슨 심부름을 보내신 것 같은 생각으로 인생을 지금까지 살며, 아직도 그 어머님 심부름을 다 마치지 못했으니까 아직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 남은 심부름이 무엇일까, 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학력이나 경력이나, 하는 내 모든 인생이 그저 어머님이 시킨 그 심부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예를 들면 당신에게 이렇게 무상의 편지를 쓰고 있는 것도. 내 운명이 모두 어머님이 주신 그 숨은 심부름이다.
(『외로우며 사랑하며』, 246∼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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