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1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9-12 16:29
조회수: 127
 
172. 나라가 온통 IMF의 금융 시대로 들어가고,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들끓는 보기 흉한 나라의 꼴, 이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치욕스럽고, 분통스럽고, 생존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불유쾌한 기분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그저 입원중이고.
  실로 이 나라는 정치하는 국회의원들, 지방 의원들, 그리고 돈 만지는 경제인들의 나라이지, 어디 지식인, 문화인, 예술인들의 나라라고 하겠는가. 실로 정신문화를 사는 나라가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 경제하는 사람들이 온 나라를 제멋대로 독점하고 있는 그들의 세상이다. 참으로 슬프고, 슬프고, 슬픈 나라이다.
  어제 16일에는 우리 예술원의 제99회 임시 총회가 있었다. 현재 재적회원은 100명 중의 78명, 어제 출석 회원이 58명, 만장일치로 회장을 유임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까지 교육 기관에서나, 사회단체에서나 이러한 장(長) 자리에 그리 관심도 욕심도 없었지만, 그래서 이번에도 2년 임기로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한 번 더 해달라고 해서 나의 건강도 아직 있고 해서 회장 자리를 받기로 했다.
  사실 그렇다. 작품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작품 이상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창작하는 사람에겐 창작하는 그 행위 이외의 기쁨이나 보람도 없는 것으로 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창작하는 기쁨, 그것으로 이렇게 우울한 한국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대학에서 학장·대학원 원장·부총장·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문단에서도 시인협회 회장·문인협회 이사장·세계 시인대회 회장 등을 역임했지만, 지금 회장으로 있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처럼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는 자리는 없다. 그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는 그 마음으로 앞으로 2년간의 의무를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외로우며 사랑하며』, 234~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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