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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31호 겨울나무 (2010년 2월 2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2-02 16:35
조회수: 4141
 
겨울나무 |조병화

겨울나무는 종교처럼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
냉랭한 대기 속에서
세찬 눈보라 속에서
오로지 곧은 이념
묵묵히
카랑카랑한 기침소리를 내부로
내부로 숨기며, 죽이며
의연한 모습으로
겨울나무는 스스로의 종교처럼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안으로 안으로 스스로의 하늘을 넓히며
파릇 파릇 생명을 닦으며
밤에도 잠자지 않는 꿈을 품고
투명한 영원으로, 쉬임없이

겨울나무는 스스로의 종교처럼
스스로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1985. 1. 9                        
                                                     조병화, 『나귀의 눈물』, 정음사, pp. 51-52.


  인간은 그 내부에 있어서 누구나 이러한 겨울 나무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선 그 직장을 직장대로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면서.
  매서운 추위를 견디어 내는 나무만이 살아 남아서 봄을 맞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엄동 설한에서도 쉬임없이 스스로의 꿈을 살아가는 나무만이 그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힘, 남의 종교로 그 꽁꽁 얼어붙은 겨울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념, 그 의욕으로 스스로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영원은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 인간들의 갈망인가. 그 투명한 영원, 그걸 살고 싶은 것이 인간들이다. 외부적으로 서로 각자, 각자의 직장생활을 해 가면서 실은 그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그 갈망, 영원을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 그 꿈이 아니겠는가.
  내부 생활에 보다 더 충실히 사는 거, 우리 현대인들은 그걸 살아가야 한다. 시류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시간 속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현대 기계 문명과 그 경제탁류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를 사는 작은 지혜를 키워 가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성실히.

                                                       조병화, 『왜 사는가』, 자유문학사, p.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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