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17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10-04 13:34
조회수: 101
 
178.  나는 그 동안 나의 우울한 철학에서 벗어나려고 몹시 힘을 들이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내가 우울증에 걸려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시의 방향을 자연·환경·생명, 이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나무
   -외로운 사람에게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너의 외로움이 부끄러워지리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서 한평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 내며
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 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자리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 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1998.5.25.)
(시집 『기다림은 아련히』에서)

  이렇게 스스로 스스로를 이겨내는 철학을 새로 모색하고 있다. 미리 근심하지 말고, 미리 불안해하지 말고, 미리 고민하지 말고, 당하면 당하는 대로 살아가면서, 되도록 심각한 사유(思惟)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저 살면서 사는 대로, 충실히 하루를 보내면서, 그저 평범하게.
(『외로우며 사랑하며』, 272~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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