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45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1-10 12:44
조회수: 38
 
약사여래
-갓바위에서


그러니까, 그때가 어느 해였던가
대구 근교 갓바위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그 거대한 약사여래의 석상을 본 것은,

그때 나는 그 거대하시고 의젓하시고
경이로우신 모습에 크게 매혹되어
"약사여래님, 그 거대하신 몸으로
어떻게 이곳까지 올라와 앉아 계십니까,
참으로 잘도 생기셨습니다.
내가 여자라면 단번에 홀딱 반하겠습니다”

바람에 날려갈 듯한 이 절벽에
약사여래님은 혼자서 천년만고이시다.

밤이나, 낮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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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언젠가 대구로 문학강연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지방 강연을 갈 땐 언제나 혼자 기차를 타고 갑니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가 없습니다. 시간 관계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될 때도 지상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 꼭 기차를 이용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그 강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하루 먼저 갈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 먼저 갈 땐, 그 빈 시간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생각을 미리 해서 그 빈 시간을 아주 유효적절하게 쓰곤 서울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때도 하루 먼저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나는 누가 마중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시간을 알리지도 않고 혼자 내려서 혼자 숙소를 정하고 혼자 시간을 쓰곤 했습니다.
택시를 하나 전세를 내서 동화사,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갓바위를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나를 알아보는 운전기사를 만나서 마음놓고 여행을 했습니다.
동화사를 구경하고 그 길로 먼 촌길을 돌아서 생두부가 유명하다는 촌락을 찾아가면서 갓바위 입구까지 참으로 재미있게 소풍을 했습니다.
차를 내려서 갓바위 부처님이 계신 곳까지는 나로서는 참으로 힘든 산길이었습니다. 운전기사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가파른 언덕 산길을 겨우겨우 땀을 흘리면서 힘겨웁게 올라갔습니다.
위태로운 산정, 아주 좁은 산정에 이르러 올려다보니 실로 거대한, 거대하신 돌로 화신하신 약사여래 부처님이 위엄있게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많은 불공드리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순간 나는 그 장엄하시고 미려하신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눈엔 석굴암의 부처님보다도 더 예술적인 모습으로 조각이 되어 앉아 계셨습니다.
순간, 아, 이러한 깎아세운 것 같은 돌산 꼭대기에 어떻게 이러한 거대한 불상이 탄생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탄하면서 옛날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지혜와 힘에 다시 한번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신앙심, 그 예술적 의지, 그 지혜로운 예술적 기술에 다시 한번 내 자신이 반성되었습니다.
하늘 높은 곳, 먼 곳에서 광활한 바람은 상쾌하게 불어오고, 꾸불꾸불 이어지는 산맥 줄기의 의연함에 새삼 대자연을 느꼈던 겁니다.
이 시처럼.

나는 언제나 혼자 있길 좋아합니다. 혼자서 생각하길 좋아합니다. 긴 시간을 이러한 여유있는 생각 속에서 나는 시를 늘 생각하곤 했습니다. 실로 시는 생각 속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오래 생각하는 곳에서 나타나 오는 겁니다. 이러한 생각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나는 수시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일분일초를 아끼면서, 그 아낀 시간을 생각으로 생각으로 이어왔습니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그리고 깊은 생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혼자서 여행을 하곤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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