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44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1-06 13:16
조회수: 48
 
감포가도(甘浦街道)


길은 어찌하여 이렇게
끝이 없이 이어지고

그리움은 어찌하여 이렇게
끝이 없이 이어지노

아, 인생은 뜬구름, 하지만
이 땅을 떠나서는 살 수도 없고
그저 끝이 없이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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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실로 길은 인생입니다. =철학입니다. =교훈입니다. =그리움입니다. =원대한 살아 있는 자들의 끝없는 낭만입니다.
나는 어느 해, 부산으로 강연을 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포항으로 또 강연을 하러 갔었습니다.
부산에서 강연이 끝나고 포항으로 올라갔을 때, 자가용 승용차는 포항까지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때 나는 감포라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생각에 그곳 차를 부탁을 했었습니다.
그 감포로 가는 길에서 이 시를 얻어 냈습니다.
실로 그 감포로 가는 길은 해안을 끼고 꾸불꾸불 잘도 이어져 있었습니다.
가도 가도 길, 산 넘어도 산, 실로 우리나라는 어디나 산이 있어서 그 길은 더욱 문학적이며, 철학적이며, 인생적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길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니까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한 중국 작가 루신(魯迅)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길을 갈 때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이 길을 맨 먼저 낸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맨 먼저 이곳을 간 사람, 그리고 다음 간 사람 또 그다음 사람......, 이렇게 해서 이 길이 생긴 게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신비스럽고, 인생적이며, 문학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생은 실로 길입니다. 그리고 끝없는 그리움입니다. 그리고 끝없는 사랑입니다. 한없이 한없이 이어지는 그리움이며, 사랑이며, 외로움입니다.
인간은 외롭기 때문에 사랑을 찾는 겁니다. 그 사랑은 끝없이 이어지는 그리움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이 길을 살아왔습니다. 내 인생은 다름 아닌 길이었습니다. 길에서 낳아서 길에서 살고, 길에 죽을 그 숙명을 나는 살고 있는 겁니다.
길을 가는 사람에겐 소유가 없습니다. 애착이 없습니다. 미련이 없습니다. 집착이 없습니다. 후회가 없습니다. 정지하는 법이 없습니다. 머물 수가 없습니다. 머물 곳도 없습니다. 그저 갈 뿐입니다. 가는 것만이 있을 뿐입니다.
나는 이러한 철저한 무상(無常)의 철학으로 그 길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나의 시집들을 나의 영혼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숙소(宿所)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나의 영혼이 만든 숙소(시집)에 잠시 머물다 또 떠나고, 또다시 만들어선 또 잠시 머물다 떠나고, 또다시 만들어선 또 잠시 머물다 떠나고, 나는 지금까지 37개의 숙소를 만들고 또 지금 이렇게 그 숙소를 떠나서 한없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나의 제1숙은 1947년 7월에 있었습니다. 그때그때의 시대 상황, 역사 상황은 달랐지만 일관해서 '인생'이라는 길은 불변했습니다. 한결같은 인생의 길이었습니다. 지금 제37숙(1992)을 만들고 또 떠나며 머지않아 또 내 영혼은 그 집을 만들겠지요. 실로 내 이 고독한 영혼은 언제 나와 이별을 할는지.
인생은 이렇게 내게 있어서는 언제나 외로운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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