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51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1-31 12:06
조회수: 93
 

럭비를 하던 꿈


어느 날, 밤
나는 한국럭비선수단에 끼여
멀리 스코틀랜드로 원정을 갔었습니다

정확하게 밤 한 시
스코틀랜드 팀이 먼저 킥업을 했습니다.
공은 하늘 높이 스코틀랜드 하늘에 떴다가
내려오자마자 내 가슴으로 안겨들었습니다

안겨든 공을 안고 나는 무아경이 되어
적진으로 돌진을 했었습니다.

돌진하다보니 공은 바람이 되다가, 구름이 되다가,
나를 하늘로 하늘로 끌고 올라가다간
땅으로 내려뜨려 버렸습니다.

순간, 나는 잠에서 떨어져서
멍청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밤 세 시, 실로 황홀과 무서움이
혼전하던 두 시간
침대가 축축히 젖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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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나는 경성사범학교 보통과 2학년부터 럭비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1학년 때 육상경기부에서 단거리를 뛰고 있었습니다만 2학년에 올라가서는 걸음이 재다는 이유로 럭비부에 발탁이 되어 보통 4학년이 되어서야 선수가 되는데 나는 2학년 가을부터 시합에 나가는 정식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럭비부 선수 생활이 시작이 되어서 그 후 일본으로 원정을 가기도 하고, 경성사범학교 연습과 졸업을 할 때까지 실로 수많은 럭비 시합을 했습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도 동경고등사범학교 럭비부에 들어서 동경문리과대학 팀으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동경에 가선 스포츠만의 의리로 마지못해 운동을 계속하게 되었던 겁니다. 나는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선 이과에서 물리화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시간에 쪼들리면서도 럭비부를 돕는 생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학교에서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럭비협회 이사를 하면서 현역으로 시합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러고 보니 나는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쭉 럭비 생활을 한 게 됩니다.
한 10년〜15년간을 럭비와 더불어 산 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 럭비로 살았던 겁니다.
나의 청춘은 럭비, 럭비는 나의 청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럭비를 사랑하면서, 그 럭비의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을 나의 프라이드로 생각을 하면서 살아오고 있는 겁니다.
실로 럭비는 좋은 운동경기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인기 종목으로 축구, 농구, 야구, 배구, 정구...이렇게 되어 있지만 영국, 불란서, 호주, 독일,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같은 데에선 이 럭비의 열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실로 멋있고, 재미가 있고, 용감하고, 남자다운 운동 중의 운동이 이 럭비 운동입니다.
나는 우리 청년들에게 이 럭비를 보급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내가 봉직하고 있던 학교마다 럭비부를 창설해서 그 낭만을 키우곤 했었습니다.
사범대학, 그 부속고등학교, 인천중학교, 서울고등학교, 경희대학교, 심지어는 인하대학교까지 럭비로써 나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인하대학교 그라운드에 서있는 럭비 골포스트도 내가 세운 것입니다.
나는 항상 어려운 지경에 빠지면 이 럭비 정신으로 살아오곤 했습니다.
인생을 럭비처럼, 인생을 스포츠처럼.
우선 내가 럭비를 하면서 얻어낸 것은 그 멋이었습니다. 그 멋으로 나는 나의 인생에 있어서도 힘차게 일관해 왔습니다. 그리곤 인내력입니다. 그 인내력을 가지고 꾸준히 내 일생을 일관해 왔습니다. 그리고 희생정신입니다. 희생정신을 발휘할만한 내 인생은 지금까지 없었지만, 협력하는 것에 이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것도 약간은 가미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용감성입니다. 나는 마음이 약해서 무엇을 용감하게 하는 일이 없었지만 일단 결심을 하면 용감하게 그것을 해내곤 했었습니다.
그리곤 그 책임감입니다. 자기 자리를 꼭 지킨다는 책임감이 있고, 자기 몫을 반드시 해낸다는 책임감이 럭비에선 강했습니다. 나는 나의 일상생활에서 나의 책임을 회피한 일이 없었고, 항상 완수를 했습니다.
이러한 멋, 인내, 협동, 희생, 용기, 책임… 이러한 덕목을 실로 럭비 경기를 하면서 얻어낸 것입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나의 인생은 실로 깨끗한 럭비 시합처럼 살아왔던 겁니다. 말쑥한 선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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