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낙엽 / 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6-21 11:08
조회수: 5846 / 추천수: 101
 
낙엽

                                조병화


당신 생각만 했지요
당신께만 할 이야기가 많았지요
당신만 기다리다 말았지요
초록색 몸차림을 하고 단장을 하고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당신 생각만 했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내 그늘 아래 쉬었을 때
그때 내 마지막 그 말을 당신에게 주는 걸 그랬어요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아주 잊어버린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 생각만 했어요
당신께만 할 말이 많았어요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도 먼 이 자리에서
당신만 기다리다 말았어요

-제6집《서울》에서




해설/홍용희(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과 교수)
  
  애절한 기다림과 그리움과 이별의 정서가 낙엽이라는 시적 상관물을 통해 노래되고 있다. “당신 생각만” 하면서 파릇파릇한 새싹을 피웠고, “당신 생각만” 하면서 바람과 비를 맞으며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그러나 정작 “어느 날 당신이 내 그늘 아래 쉬었을 때”에도 나는 “내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한다. “헤어진다는 것은 아주 잊어버린다는 것”이라는 그 말. 그 말도, 미처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림과 그리움의 애달픔을 숙명처럼 살고 있다. 세상의 낙엽들이 하나 같이 애수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낙엽들마다 이와 같은 간곡한 사연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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