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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밤의 이야기 47 / 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6-27 14:00
조회수: 4680 / 추천수: 45
 
밤의 이야기 ․ 47
                                   조병화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죽어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아 !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오늘을 두고
이 오늘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직도 보지 못한 채 이 내일을 두고
이 내일을 떠나야 하리

오! 시간을 잡는 자여
내일을 갖는 자여

지금 너와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 한
그 시간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하는
이 오늘은
우리 서로 두고 갈
―그 내일이다

-제9집《밤의 이야기》에서





  우리 모두에게 세월은 유한하다. 죽어간 사람들에게 오늘은 보지 못한 내일이었다. 그와 같이 또 우리들은 내일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 다 하지 못하고, 다 마시지 못하고, 떠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세상에는 오직 시간만이 존재할 뿐 모든 것은 찰나적으로 스쳐지나가는 허상이고 환영 같은 것. 거듭 반복되는 시적 통사는 인간의 존재론적 허무의식을 거듭 심화시킨다.

-해설/홍용희(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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