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모나코.....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8-01 16:26
조회수: 3142 / 추천수: 41
 

모나코




눈앞에 나즈시 가라앉아 보이는
모나코 중에서도 모나코
돌 언덕에 소복이 모여 있는
성안의 마을
이곳이 왕과 왕비가
현대의 왕국을 살고 있는 왕궁이다

실로 까마득히 내려다뵈는
물결치는
수천 년의 돌 언덕
나즈시 갈려 있는 지중해
짙푸른 바다
정치도 고요하고, 사랑도 고요하다

<갈채>에서 보던 그레이스 켈리는, 지금
몸을 담그고
이곳 돌산, 언덕 위 성 속에서
황금의 세월을 산다
왕비를 산다

나는 지금 선인장 만발한
모나코 구름다리
층계에 앉아
하루를 머물다 가는
조각 구름
어딜 가나 나그네다

암, 조각 구름이지
마냥 소멸해 가는 조각 구름이지
한 번 빗나간 바람
밀려 가는 조각 구름이지

노을은 하늘
바다는 저녁
비치로 내리는 시간이다

-제17집《내 고향 먼 곳에》에서





  깎아지른 절벽 아래의 시퍼런 바다는 존재의 시원(始原)을 느끼게 한다. 시인은 모나코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꼈나 보다. 그리고 수천 년 돌이 깔려 있는 언덕을 보면서 신화시대의 시간을 연상한 듯싶다. 이러한 시선 앞에서 복잡한 현실은 잠깐 지워지게 마련이다. 대신 고요한 순간 펼쳐진다. 무구한 시간과 맞대면한 자신의 존재감이 전면으로 불쑥 불거지는 순간이다. 삶이란 탄생 이전의 無에서 죽음 이후의 無로 건너가는 출렁거리는 구름다리. 한 조각의 구름으로 여행하듯 떠돌다 사라지는 나약한 존재. 존재의 시원과 맞대면하는 순간이라면. 수천 년의 시간을 한 순간에 맞닥뜨리게 된 상황에서라면.

-해설/홍기돈(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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