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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촌 작센 하우젠
조병화
나는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카루소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세계를 울려 보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하늘을 정복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시간을 멈추게 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만민의 가슴 가슴에
나와 나의 노래를 묻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잘 것 없는
교통 회사 셀러리맨, 결혼을 하고 보니
아이 새끼들은 늘고, 매달리는 것들은 많아져서
오페라고 가수고 카루소고 다 집어 치우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교통회사 셀러리맨
저녁마다 이곳이 나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저녁마다 서민들끼리 흥겨운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구 시가 뒷골목
술집촌 작센 하우젠
숙녀 신사가 어깨동무로
깊어가는 인생의 뒷골목
“구텐 나하트!”
오페라 가수가 되려다
아이 새끼들 때문에 포기한
나의 벗은
이막․ 삼막․ 사막․ 오막……
지금은 나를 취하게 하는
장면으로 들어간다(59. 7. 29)
-제8집《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에서
오페라 가수가 되려다가 “아이 새끼들 때문에 포기한” 한 사내의 술집 이야기가 ‘인생’이듯이, 사람들은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 속에서 모두가 무언가를 기다리며 산다. 이 시는 구라파의 한 술집에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묻어 놓은 이야기를 포착해서 시로 만들고 있는 시인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교통 회사 샐러리맨”과 “카루소” 사이의 간극이 인생에 담겨진 어떤 의미라면, 술집 작센 하우젠은 그런 ‘기다림’이 있다는 점에서 고유명사이기 전에 세계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그런 곳이리라.
-해설/김춘식(동국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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