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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초막절 / 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7-18 10:02
조회수: 3502 / 추천수: 70
 

초막절

                          -조병화


너희 타작 마당과 포도주 틀의 소출을 수장한 후에 칠일 동안 초막절을 지킬 것이요,……
(신명기 제 16장)

너와 나의 초막절은 가을에 있었다
타작도 없이 포도주도 없이
하늘 꼭대기 밤하늘
별 아래서

너와 나의 초막절은 하늘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땅 위에서 제각기
제 땅에서 가꾼 타작으로, 포도주로
흥겨워 불켜고, 밤을 노래 춤추는데

너와 나는 하늘 꼭대기, 바람 찬 모퉁이
밤 하늘, 별 아래, 하늘에 서 있었다
한 자리 그저 빈 자리에 있었다

-(12시집 《쓸개포도의 비가》1963. 10. 25)



제12시집 《쓸개포도의 비가》에 실린 「초막절」은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서 단연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 “너와 나는 하늘 꼭대기, 바람 찬 모퉁이/밤 하늘, 별 아래, 하늘에 서 있었다/한 자리 그저 빈 자리에 있었다”라는 구절처럼, 시인의 초막절은 ‘타작과 포도주’가 있는 지상의 것이 아니다. “타작도 없이 포도주도 없이/하늘 꼭대기 밤하늘/별 아래서” 이루어지는 것이 시인의 ‘초막절’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지상의 거처에 속하지 않는 ‘존재의 숙소’를 갈구하는 시인의 태도가 이 시에 잘 나타나 있다고 여겨진다.

-해설/김춘식(동국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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