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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나의 미지의 독자에게
조병화
지금 무수한 내가 흐트러진 채
내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파리의 골목 골목에서
런던의 공항에서
로마의 분수가에서
혹은 아테네 돌 위에서
……
나와 헤어진 무수한 내가
지금 나를 찾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코리아 나의 하늘 아래 있습니다
코리아는 아시아 동쪽 나의 영주지
눈물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지구엔 어디나 인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정된 시간들 속에서
지구엔 어디나 인간들이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생각을 해 보면 나의 인생처럼
다시는 올 수없는 자리들
자금 무수한 내가 흐트러진 채
지구 그 자리
시간 밖 저쪽에서 나를 찾고 있습니다
시인이란 만인의 벗이라는데
나의 가슴은 이렇게 어리고 가난합니다
빠이빠이(59. 10. 19)
8시집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에 담긴 주제와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인 위의 시에서 시인은 “지금 무수한 내가 흐트러진 채/내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시간이 덧없이 흐르고 나면 기억 속의 무수한 나는 또 다른 나로 저편에 남겨지게 마련이다. 구라파 여행 이전의 시인과 그 이후의 시인 사이에는 그런 넘을 수 없는 단절이 존재한다. “지구엔 어디나 인간들이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생각을 해 보면 나의 인생처럼/다시는 올 수없는 자리들”이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고독은 “다시 올 수 없음” 즉 시간의 일회성에 있다. 그 흔적이 존재의 갈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 무수한 나, 나를 찾는 나와의 지속적인 결별이야 말로 인생이라는 것. 그 이별의 아쉬움이 주는 감상성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바로 마지막 행의 “빠이빠이”라는 가벼우면서도 아쉬운 정서의 표현이다.
해설/김춘식(동국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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