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예약된 길..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7-06-12 11:03
조회수: 5356 / 추천수: 87
 


     예약된 길


  아침엔 바다로
  저녁엔 도시로
  쏜살같이 오르내리는 경인 고속도로
  나의 인생 육십 고개, 이 세상
  지금 이곳을 지난다
  먼 저승에서
  예약되어 타고난
  나의 이 이승의 길
  보이는 것이 황폐한 인간의 벌판이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에게
  예약된 운명, 그 장소
  그 길을 추적하는 거
  만난 사람
  떠난 사람
  서로 스치며 잊으며
  낯선 동행
  내가 지금 이렇게 떨어진 곳에서
  너를 앓는 것도
  그 예약된 약속의 하나가 아닌가

  어느덧 한 해
  네모진 창 밖으로 질주하는 나무들이
  가지가지 파릇파릇
  다시 눈을 뜬다
  하늘을 연다
  그렇다, 예약된 자리
  예약된 시간에
  나는 너를 앓으며, 지금
  경인 고속도로, 그 속도에 떠 있는 거다.


  (1982. 2. 25)

- 제26시집 <<머나먼 약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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