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약속한 그곳...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7-04-30 17:02
조회수: 5478 / 추천수: 91


추천하신 분들(1명)
이충우
 
약속한 그곳
             조병화


그 약속대로,
명동에서던가, 종로에서던가, 술집 술집에서
중얼중얼 취해서 내 던지던 그 약속대로
정말 이 세상 먼저 버린 그들은
약속한 그곳에들 가 있을까

천당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고,
그 어중간한 세상,
우리들이 아무런 구속도 없이
편히 자유스럽게 살 수 있는 세상,
그곳 어느 주점에들 가 있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것을 그대로 믿는 습관이 있어서
그들이 지껄이다 간 그 취한 약속을
지금도 믿고는 있지만, 너무 아득해서
미신스러워질 때가 가끔 있다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너무나 가난했어
무서웠어, 한스러웠어, 자유롭지 못했어
남의 세상에서 남처럼 빙빙 피해 살았어
밤늦도록 취해 들던 골목들이
한을 마시던 한스러운 곳들이었어

이렇게 한스러운 세상을 견디다 떠난 벗들이
바람처럼 생각나면, 그 생각
정말 그들은 약속대로 그곳에 가 있을까.

그 얼굴, 그 얼굴, 그 얼굴.


(2001.2.25)

-제51시집 <<세월의 이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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