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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조병화
스스로 몸의 온기를 가지지 아니한
손님이여
온 지구 구석구석 항상 떠돌며
스스로를 정하지 아니한 자
손님이여
나뭇가지에 쉬다가, 잎새들과 입맞추다가
깃발을 흔들다가, 머리카락을 날리다가
하늘 꼭대기 연을 날리다가, 깊은 골짜기
가랑잎을 찾아 다니다가, 밭고랑에 눕다가
개울을
능선을
눈썹을 만지며 코를 만지며 지나가는 자
손님이여
국경을 넘어다니며
정처를 두지 아니하는 자
손님이여
스스로를 버려두는 자
손님이여
(1963. 1. 15. 청주로 오는 고개에서)
-제11시집<공존의 이유>에서
바람에서 시인의 정서적 상징이나 자의식의 투영을 발견하는 것은 ‘나그네’ 의식에 깊이 천착하고 있는 시인으로서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특히, 국경을 넘어 다니며 정처를 두지 않는 ‘손님’인 바람의 속성은 시인의 자의식이 가장 적절하게 투영되는 대상이다.
-해설/김춘식(동국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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