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29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6 18:40
조회수: 116
 
남태평양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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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위 우리 기술진들이 일하고 있는 섬들은 주로 미국의 신탁통치권내에 있는 섬들이다.
  괌도에서 칸티네탈 에어라인의 쌍발기로 약 1시간 10분쯤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얍도(Yap)에선 발전소(완공), 고등학교(완공), 상수도(완공), 하수도(진행중) 공사를 하고 있고, 역시 괌도에서 동남쪽으로 약 3시간의 비행거리에 떨어져 있는 포나페도(Ponape)에선 병원(진행중) 발전소(진행중), 상하수도(진행중) 공사를 하고 있으며, 역시 괌도에서 동 동남쪽으로 비행거리 약 7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마주로도(Majuro)에선 공황건설, 경찰서(진행중) 공사를 하고 있고, 그곳에서 좀 더 떨어져 있는 잘루이트도(Jaluit)에선 고등학교를 건설중에 있다. 얍에서 좀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올리티도(Ulithi)엔 고등학교 기숙사를 이미 지어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선 그리 알지도 못하고 있는 먼 먼 그 작은, 더운 섬들에서 학교니 병원이니 공항이니 상하수도 시설이니 도로공사니 발전소니 주택이니 하는 복지시설 공사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감사한 마음, 그 즐거움을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 같이 나누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장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고 보람있는 일이 아닌가.
  어딜 가나 한국인 잘한다,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같은 동포로서 얼마나 흐뭇한 이야기인가. 괌에선 돈을 벌어서 현대건설이 지어놓은 ‘현대하우스’에 사는 것이 지상에서의 최대소망이라고 한다. 이만큼 우리 한국의 기술은 해외에서 그 기를 높이 올리고 있다.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들인가.  
  괌은 현재 인구 약 8만, 얍은 약 7천, 포나페는 약 1만2천, 마주로는 약 4천, 잘루이트는 약 4백이라고 한다. 그리고 괌에서 북쪽으로 약 25분 비행거리에 있는 사이판도는 약 1만2천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원주민이고.
  이런 작은 섬들이 모두 아름다운 산호초로 둘러싸여 무애한 그 대양 속에서 아무런 공해도 없이 마냥 한가로운 절경으로 떠있는 거다.
  지구는 한없이 옷을 벗었다곤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짙은 원시의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는 원색의 자연이 무수히 남아있는 거다, 그 신비스런 육체 그대로.
  지금 한국인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힘차게 일하고 있고, 보람 있게 살고 있고, ‘일초일전(一秒一錢)을 아낍시다’(⟨한일계발⟩의 사훈)처럼 땀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소리 없는 성장, 그 미래를 마음 든든히 감지(感知)하고 돌아왔다. 그분들의 안전과 건강, 그 성공을 빌며.

2
  사이판은 괌에서 북으로 약 25분 비행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괌의 2분의 1). 이곳에 미크로네시아 전역의 섬들을 통치하는 신탁통치령 본부와 미크로네시아 의회가 있다. 지금 이곳 사이판은 대대적으로 공항을 확장하고 있다. 미크로네시아 고유의 건축양식으로 설계된 공항건물은 대단한 풍치로 관광객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이곳 사이판은 일본군 최후의 전멸지로서 그 잔해들이 지금도 여기 저기 그대로 뒹굴고 있다. 해변에 격침된 배, 격파된 벙커, 대포, 야포 기관총들이 녹슨 채 침식되어 가고 있다.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로 견디던 암굴, 일본민간인들이 몰리고 몰리다가 최후로 바다로 뛰어들어 집단자살을 한 ‘만세절벽’, 수많은 군인들이 투신자살을 했다는 ‘단애절벽’ 등 처참했던 전투지엔 평화탑이니 기념비니 추도비(追悼碑)니 하는 것들이 세워져 있다. 이런 걸 볼 때 얼마나 전투가 치열했고 비참했던가를 짐작 할 수가 있다. 태평양 바람과 물결치는 험준한 자연, 피비린내 나는 전적(戰跡), 그 유품들, 앞으로 이 섬 사이판은 태평양에 뜬 아름다운 관광지가 되리라 믿어진다.

    보이는 건 바다
    들리는 건 바람 소리
    머리를 스치는 건 어린이 울음소리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서
    나는 시를 잃는다.

    인간의 생존은 뜬 구름이라 하지만
    처참하게 투신을 해야 했던
    그들의 마지막
    생각하는 자에게 ‘무상’을 준다

    지금도
    지구 여기저기서 터지는
    전쟁
    살아남는 자만이 눈물을 안다
    
    바람이여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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