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10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9-24 11:56
조회수: 256
 
71 해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시집 『어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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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도 제 21시집 『어머니』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다년간 국정교과서 중2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머님은 나에게 있어서 그 사랑이요, 그 힘이요, 그 종교요, 그 고향입니다. 이 세상이 나에게 있어서 바람처럼, 구름처럼 지나가는 가숙(假宿)이라 하면, 어머님은 먼 곳에 있으시며, 나의 가슴 속에 늘 계시는, 내가 찾아가고 있는 나의 원숙(原宿)입니다. 어머님에서 나온 이 이승이 나의 타향(他鄕)이라면 지금 내가 찾아가고 있는 이 어머님은 나의 본향(本鄕)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의 인생은 어머님에게서 태어나서 어머님으로 돌아가는 짧은 여행에 불과한 것입니다. 어머님이 나에게 주신 약속대로 지금, 나는 나의 여행을 하면서, 어머님이 주신 생명을 아껴가면서, 아낌없이 써가면서, 하나도 낭비 없이 써가면서, 어머님이 나에게 숨겨 주신 그 약속을 하나도 빠짐없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한 여행을 후회없이 하기 위해서 나는 우선 부지런히 살아야 했으며, 그러한 약속 여행을 위한 꿈을 지녀야 했으며, 항상 새로운 출 발을 해야 했습니다.
  내 인생은 항상 떠나는 일이었습니다. 머물다간 떠나고, 머물다간 떠나고, 일정한 장소에 내가 있지 않고, 일정한 소유물에 내가 있지 않았습니다.
  변하고 변하는 이 세상, 변하는 것을 살아온 것입니다. 이 세상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그 무상(無常)의 세계를 인생무상의 철학으로 철저하게 나를 훈련 시켜 가면서 그 무상을 살아온 것입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철저한 고독이었습니다. 이 세상 나와서 죽을 때까지 온 영혼에 지니고 있는 숙명적인 그 투명한 고독이었습니다.
  그 단독자(憺者)의 생존 고독을 인식하면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자기 자신을 시로써 탐구해 온 것입니다. 그 순수한 허무(죽음)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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