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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97호 윤회(輪廻)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6-02 11:38
조회수: 3040
 
윤회(輪廻)                            

                                                   조병화


                     어머님이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어머님은 눈물을 가지고 오셨던가
                     살아오는 내 일생이 모두 눈물이옵니다.

                     어머님은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눈물을 두고 떠나셨던가
                     살아오는 내 일생이 모두 눈물이옵니다.

                     먹는 것을 보아도 눈물
                     먹히는 것을 보아도 눈물
                     다투는 것을 보아도 눈물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눈물
                     사랑스러운 것을 보아도 눈물
                     사랑을 해도 눈물

                     아, 눈물이 아닌 것이 있으랴.

                     나는 어머님이 두고 가신 눈물인가,
                     살아 있는 것이 그저 눈물이옵니다.

                    

  
     어머님은 이 시와 같이 많은 눈물을 주시고 떠나신 것입니다. 아니 나 자신이 눈물이지요. 나는 어머님이 낳아 주신 눈물이옵니다. 그만큼 '느낌'이 강하다는 말입니다. 느끼는 것이 모두 눈물이옵니다. 가련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나에겐 모두 가련(可憐)하게만 느껴지는 것입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나는 강하게 윤회(輪廻)라든지, 운명(運命)이라든지, 하는 것을 믿어 왔던 것입니다 내 말대로 하면, 모든 것이 약속(約束)이라는 말입니다. 먼 전생에서 이미 약속된 그 운명을 지금 이승에서 내가 그 약속대로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그 약속대로 살다가, 또 약속대로 떠난다는 말입니다. 나의 약속, 눈물은 어지러우나 명확한 나의 신념(信念)이옵니다. 밤이 깊어졌습니다.
     그럼 또.(1994. 5. 21)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둥지, p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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