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20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6 18:16
조회수: 77
 


  ‘돈같이 더러운 거 없고, 돈같이 아니꼬운 거 없고, 돈같이 치사한 거 없고, 돈같이 구역질나는 거 없고, 돈같이 필요한 거 없다’고들 한다. 그건 사실이다. 온 세상 누구나 이 같은 생각으로 돈을 만지고 그걸 원하고 있을 거다. 더구나 요즘은 워든지 돈이 해결을 해주는 황금만능시대, 돈이 왕초노릇을 하는 그런 시대이니까. 사실 돈으로 안되는 게 있는가? 피카소의 초기의 애인이며 그의 동거자 페르난도•올리비에라는 여인은 그의 저서 『피카소와 그의 벗들』 속에서 ‘왕왕 위대한 예술가가 지나간 자국엔 돈으로도 못 사는 몇 가지가 남아 간다. 첫째는 고독, 둘째는 빈곤, 셋째는 청춘’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실로 돈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건 이러한 고독, 빈곤, 청춘, 그리고 그 흘러간 시간일 뿐일 거다. 그러나 그 이외의 모든 것이 돈으로 불가능한 것이 그리 없을 거다. 그러나 그 돈을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구역질나게 생각하는 심리는 무얼까 ?
  월급날처럼 부끄러운 날이 없고 원고료 청구처럼 부끄러운 일이 없다. 원고와 원고료를 맞바꾸는 일은 전에는 그리 없었지만 요즘은 좀 나아져서 맞바꿔주는 곳이 많아졌다. 그러나 “책이 나오면 드리겠습니다”, “발표지가 나오면 드리겠습니다” 할 땐 얼굴이 화끈하는 걸 숨길 수가 없다.
  더군다나 한 장에 얼마를 쳐주는 건지 덮어놓고 “책이 나오면 또 오겠습니다”, “발표지가 나오면 드리겠습니다”하고 돌아갈 땐 창피한 감마저 들 때가 많다. 참으로 치사한 일들이다. 번거로운 일들이다. 2중 3중 4중 5중으로 복잡한 시간 낭비, 그 정력 소비의 생활들이다. 신경 소모의 생활이기도 하다. 그까짓 몇 푼 되지도 않는 원고료 때문에 이 교통지옥 같은 도시에서 두 번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하니 얼마나 비능률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건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빙빙 도는 것이 돈이라지만 원고료 지불 때 왜 ? 그리 돌지 않는지. 창피하고 치사하고 더럽고 구역질나는 돈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또 돈과 사람들 사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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