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18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6 18:14
조회수: 85
 
쾌적한 생활공간을 가구로

  누구나 이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그 첫째로 집이라 하겠다.
  아름다운 집, 살기 좋은 집, 편리한 집, 이모저모 이용가치가 있는 집, 자기 취미에 맞는 집, 이러면서 남에게 보기 좋은 그러한 집을 갖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흐뭇한 집에서 안심하며 살아가면서 마음에 맞는 아주 좋은 사람하고 생전에 한번 싸우지도 않고 구수하게 자기 이상을 꿈대로 펴가며 살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생전에 내 마음대로 집을 지어보았다. 한번은 돈이 없어서 쩔쩔매면서 형님하고 나하고 단 둘이서 설계도 하고 돌도 나르고 벽돌, 브러크를 쌓아가면서 지은 집 이름하여 편운재가 그 먼저 집이었다.
  모양은 양옥이지만 아주 간단한 설계로 꾸민 시골 산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구들도 그 집에 어울리는 가구가 아니라 있는 대로의 가구를 이리저리 적당히 배치시켜 놓은 집이었다. 그러니까 문화적인 냄새보다도 실로, 실용적인 간이한 집이었다. 그러니까 문화적인 냄새보다도 실로, 실용적인 그러한 간이한 집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 생각을 해보니 이럭저럭 26~27년이라는 세월이 묵은 집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대로 제법 시인이 사는 맛이 나는 집으로 되어가고 있다.
  또 하나는 내가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제법 모인 돈으로 제대로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제자에게 설계를 한 돈이 제법 많이 든 집이다.
  나로서는 대단한 예술가적인 꿈을 가지고 세운 집이었다. 집이라기보다는 그림을 그리고 원고를 쓰는 서실 겸 화실이었다.
  이 집을 청와헌(聽蛙軒)이라 했다. 주위에서 개구리들이 많이 울기 때문에 그렇게 집을 부르기로 했던 것이다. 벌써 5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건축가가 설계하고 건축가가 시공을 했으니까, 제법 근사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끝마무리는 사정이 생겨서 내가 직접 손수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그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데 짓고 보니 내가 꿈꾸었던 그러한 신식 아파트 같은 방 냄새가 도무지 나질 않았었다. 아직 가구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가구를 드려다 놓아야 어울릴까 그런 생각만 들곤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가구에 대하여 상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난처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그 집에 맞도록 가구를 짜가던 것이 있었다. 그걸 알고서 그걸 들여다 놓기 시작을 했다. 그랬더니 집이 근사하게 꾸며져 나갔다. 제법 내가 꿈꾸었던 그러한 집의 모양새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 때 생각을 했다. 아무리 집의 모양새를 잘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그 집에 들어갈 가구가 그 집에 어울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갓을 알게 되었다.
  사실 가구는 그 집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집은 집대로 가구는 가구대로 놓여있어서는 아무리 잘 지은 집이라도 안정감도 없고 조화미도 없는 엉성한 집이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집과 가구의 배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구의 크기, 색깔, 모양새, 용도, 위치 등등 모두 중요한 가옥의 개성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자면 일종의 공간처리라고 할 수가 있었다. 가구의 그러한 색깔 배치, 모양새 배치, 크기의 배치, 용도의 배치 등등 이러한 것이 잘 조화가 되어 있어야 비로써 좋은 가옥이 탄생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나의 가옥을 장기간을 두고 하나하나 그 나의 가옥공간에 어울리도록 맞도록 서두루지 않고 두고두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새롭게 꾸며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누가 물건을 선사하더라도 그 집, 그 공간에 맞지 않으면 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물건(가구)를 사더라도 미리 머리 속에서 그 물건을 놓을 곳을 생각하면서 사곤 했었다. 하나하나 색깔의 구도이며, 모양새의 구도이며, 크기의 구도 바로 그런 것을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요즘엔 좋은 가구들이 기성품으로 많이들 나와서 참으로 편리하게 되었다. 일일이 방을 재고 설계를 하지 않아도 대강 다 맞도록 되어 있어서 사는 사람이 사는 대로 용도나, 색깔이나, 품질(자료) 같은 것만 고르면 되게 되어 있다.
  그것도 이미 포장이 다 되어 있어서 모델로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번 큰 사고를 치른 일 이 있었다. 내가 새로 지은 집, 청와헌은 그리 교통이 좋은 곳이 못되는 시골이어서 서울서 가구를 사면 짐차로 날라야만 하는 불편이 있다. 그런데 유명한 메이커에서 샘플, 그러니까 모델만 보고 작업용 테이블을 하나 샀었는데 나는 깜장색을 골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시골까지 온 물건을 풀어보니까 내가 주문했던 깜장색이 아니라 하얀색이었다. 웬만하면 그대로 쓸라했지만 하는 수 없이 그 집의 공간하곤 아주 어울리지 않아 힘이 들지만 툇자를 놓고 바꾸어 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바뀌어온 물건은 테이블 다리가 네 개중의 하나가 또 하얀 것으로 포장되어 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화를 내면서 다시 그 유명하다는 메이커에 전화를 해서 또 바꾸어 오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삼일 더 걸려서 온전한 것이 왔다. 그렇게 야단 야단쳐서 드려다 놓은 것을 지금 쓰고 있다. 그걸 쓰면 쓸수록 그 방에 어울리는 것을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여기서 좀 문장이 혼란한 거 같은데 요는 메이커들이 좀 더 신경을 써달라는 것을 쓸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도 유명하다는 회사가 이러한 불편을 고객들에게 주어서 되느냐 하는 말이다.
  메이커는 책임을 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고객들은 자기 취미에 맞게, 자기 용도에 맞게, 자기 생활에 편리하게, 자기 자신의 품위에 맞게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집에 들어가서 그 집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가구들을 보면 그 집 주인의 취미나 교양이나 교육수준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옛날엔 그 집에 들어가서 그 방에 비치되어 있는 장서(책)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 교육, 취미 등을 알아 볼 수가 있다고 했지만 오늘날 이렇게 생활이 윤택해지고 보니 그 집 그 방에 배치되어 있는 가구 등을 보고 그 사람의 인격 구성을 다 내다 볼 수가 있게 되어가고 있다고도 할 수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옛날과 달라져서 먹고 사는 데만 만족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잘 자기대로 집을, 방을, 정원을, 꾸며놓고 사느냐 하는 데까지 온 것이다. 얼마나 지금 우리들의 생활이 윤택하게 되었는가, 요 몇 년 전에 비해서 대단히 행복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우리들의 생활에도 선택이 온 것이다. 선택하며 살 때가 온 것이다.
  자기 인생관에 맞게, 자기 취미에 맞게, 자기 꿈에 맞게, 자기 생활에 편리하게, 자기에게 어울리게 선택해서 모든 것을 자기 인격표현으로 살아가야 할 때가 전개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새해, 새롭게, 이렇게 자기성격 구현으로 생활을 하려는 꿈,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멋있는 꿈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선진국의 가정처럼 잘 어울리는 가옥과 가구, 그 생활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좀 윤택하게는 되었지만 이러한 꿈이 없다면 여전히 비문화적인 무질서한 공간에서 그저 기거하고 먹고 사는 생활밖엔 하질 못할 것이다.
  먹고 사는 거 밖에 없는 생활, 그곳에서 어찌 문화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문화부도 생겼고 좀 숨도 쉬게끔 여유도 생겼으니 이제부터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줄 아는, 선택을 하며 살고 또 생각하고, 느끼고 하는 문화공간을 차려놓고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한다.
  우선 가구부터 선택을 해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살아가야 하겠다고 생각을 한다. 완전한 휴식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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