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34호, 운동장에서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2-02-07 16:40
조회수: 3119
 
소년은 몸이 약했지만
달리기를 잘했다.

상급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학교에서 규칙으로 내려오는 운동부 선택에 있어서
소년은 육상경기부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소년은 다시 럭비부에 발탁이 되었다.

그로부터 소년은 럭비부 선수생활을
나라 안에서, 나라 밖에서,
지고, 이기고, 수백 번, 한 십 년 세월을 했다.

실로 긴 인생도 소년은 청년으로, 장년으로
그렇게 럭비처럼 살았다.
지고, 이기고, 수십 년, 한평생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인생
지루한 나날을 그 시합으로.


...

  미동공립보통학교 6학년 때 나는 이 학교를 대표해서 육상선수로 출전을 하곤 했습니다.
  따라서 경성사범학교 보통과로 진학하곤 운동부는 육상경기부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육상경기부는 썸머스포츠, 럭비부는 윈터 스포츠, 가을엔 럭비부에 발탁이 되었습니다. 걸음이 빠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해서 나는 럭비라는 운동경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으로 원정 갈 만큼 경성사범, 우리 럭비팀은 강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그 후 동경고등사범학교 이과, 물리화학과로 진학을 하면서도, 의리상 계속 럭비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동경에 가서도 럭비를 한 것이 잘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 낭만적인 학생 생활을. 그러니까 나는 럭비와 면학으로 보낸 셈입니다.

...

  실로 나는 이렇게 내 긴 인생을 럭비처럼 살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고통스럽고, 근심이 많은 이 인생을 럭비 시합처럼 생각을 하면서 그걸 뚫고 나온 것이다, 라는 시원한 감이 들곤 합니다. 아직도 시합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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