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91호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6-02 11:20
조회수: 3204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조병화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씨를 뿌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는 사람이어라

                     나무를 심는 사람은
                     지구에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고,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아, 그것은
                     스스로로는 다 걷을 수 없는 꿈을 심는 일이어라
                     스스로로는 다 볼 수 없는 세월을 심는 일이어라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조병화, 『기다림은 아련히』
          



        어제는 날이 개어 화창하고 따뜻한 한식날이며 식목일이었습니다.
       개나리는 이미 피었고, 목련이 화사한 모습으로 봄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4/13총선(국회의원 총선출)으로 혼잡, 혼잡, 대혼잡을 이루고 있지만, 자연은 이렇게 화창하고, 온화하고, 고요히 봄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한식날은 우리 혜화동에서 그 음식들을 차리는 순서였습니다. 우리 혜화동 식구들은 전날 미리 시골 난실리로 내려가서, 한식날의 음식물들을 차렸습니다.
       나도 오래간만에 고향으로 내려가서 하룻밤을 청와헌(聽蛙軒), 나의 서재에서 묵었습니다.
       참으로 고향을 이렇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나도 머지않아 이곳에 흙으로 묻히려니,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고향 산천을 사방 팔방 깊이 바라다보곤 했습니다.
       어느새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조상들은 무덤 속에서 말이 없고, 그 옛날 심었던 나무들은 성장해서 너울너울 세월을 말하고 있고.
       나는 요통(허리)이 심해 가며,
       그럼,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조병화,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pp. 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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