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87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05 16:32
조회수: 259
 
68.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묶는다는 것이옵고
소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상실한다는 것이옵고
풍만하다는 것은 스스로를 빈곤케 한다는 것이옵고
잃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갖는다는 것이옵니다.

69.
이 ‘보이옵는' 세상, 거리를 갖는다는 것은
그리움을 갖는다는 것이옵고
이 ‘보이옵는' 세상, 그리움을 갖는다는 것은
목숨을 갖는다는 것이옵니다.  

70.
잊게 하옵소서
상실케 하옵소서
버리게 하옵소서
가깝게 하옵소서.

                            시집 『낮은 목소리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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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문에 이 시집 『낮은 목소리로』에서 나오는 시들은 모두 나의 관념에서 나온 말들이 아니라 직접, 혹은 간접적인 나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피와 땀, 나의 눈물이라는 생존의 체액이 빚어 낸 응고체(凝固體)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시집들을 엮어 내렸습니다만, 이것들은 각 시집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만들어 낸 토막토막의 작품들이 아니라, 실로 한 권의 장편 시집입니다. 나의 인생이 하나의 장편인 것처럼.
  나에게 있어서 시는 나의 말이며, 나의 사색이며, 나의 철학이며. 나의 인생관이지, 문학이라고 특히 예술이라고 생각해서 쓴 것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보다는 나를 이끌어가는 그 말이었던 겁니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 시를 쓰고 있는 겁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문학보다는 나의 생존, 그 존재가 문제되었던 겁니다.
  실로 지금까지 41권의 시집을 발간했습니다만, 이것들은 한 권의 시집의 각장(各章)에 지나지 않으며, ‘나의 한 생애, 나의 한 시집’으로 일관되어 있는 겁니다.
  앞으로 얼마 더 갈지, 생존하고 있는 한 체액이 마르기 전까지는 이 나의 체액의 언어들이 계속되겠지만, 아무리 끄집어내도 고독이라는 순수 액체를 다는 퍼내지 못하겠지요.
  여러 곳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이 순수 고독과 순수 허무를 동시에 살아왔습니다.
  순수 고독이라는 것은 인간이 숙명적으로 지니고 나온 고독이며, 순수 허무는 인간이 누구나 죽는 그 허무를 말하는 겁니다.
  나는 이 순수 고독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충만한 순수 허무를 위해서. 때문에 죽음에 이르러서도 그리 후회없는 그 고독을 충분히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아, 아름다운 고독, 순수한 이 희열, 철저하게 이 고독을 사는 것이 나의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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