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01호 봄이 오는 길목에서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7-09-12 13:54
조회수: 427
 
  어제는 나무들을 이식하려 했으나, 좀 날씨가 이식하기엔 찰 것 같아서,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은 다음 주쯤으로 미루고, 나무들의 가지를 쳤습니다.
  이것도 서툰 솜씨고, 어디를 처야 옳은 것인지, 그 지식도 없이 그저 모양새로 나뭇가지를 만들어 갔습니다.
  가지를 치고 있노라니 포롱포롱 산새들이 날며 찌찌 째째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이른 봄 풍경을 다음과 같은 시 한편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지를 치며
  
  아직은 매서운 황사 바람 부는
  차가운 봄,
  봄이 오는 길목에서
  통통히 솟아오른 봄눈을 가려서
  가지를 치고 있노라니
  
  곁에서
  찌찌 째째 포롱포롱
  날아다니는 묏새
  따사로운 날개소리
  아, 어머님
  이 봄도 이렇게 오고 있습니다.
  
  세월은 묵묵히 천년, 만년, 을
  같은 속도로 앞서가며
  춘하추동 계절은 바뀌고
  나는 비어 가고 있습니다.
  
  기다리며.
  
  
  이제 나는 기다리는 것밖엔 없습니다. 그 죽는 날을.
  이렇게 죽는다는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만, 이제 고요히 그리 아프지 않고 이 세상을 이러한 봄날에 떠났으면 하는 생각 간절합니다. 이러한 생각이 간절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어머님입니다.
  인생 이만큼 밝게, 깨끗이, 소원대로 살았으니, 무슨 여망이 있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이외는. 그럼 또.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바람이지요. (1995. 3. 21.)
    
△ 이전글: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02호 고로쇠나무의 비애
▽ 다음글: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00호 편운문학상 수상자를 뽑으며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enFree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data/__zbSessionTMP)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