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496호 교육은 인생을 길러 준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7-09-12 13:40
조회수: 365
 
  어떻게 소일을 하고 계시옵니까.
  나는 어제 서울고등학교 시절의 제자들이 술 한잔 하자고 하여 저녁 무렵 그들이 약속한 곳으로 갔습니다.
  《스포츠 조선》의 사장실.
  《스포츠 조선》의 사장실에는 내가 그 옛날 신동호 사장에게 써준 ‘천공일연(天空一鳶)’이라는 액자가 높게 걸려 있었습니다.
  신동호 사장은 옛날 나의 서울고등학교 교사 시절의 제자, 그때 신동호 사장은 소설을 쓰고 있었으며, 문예반 반원으로 있었습니다.
  이날 모인 졸업생으로는 서울 서부병원 부원장이며, 내과 과장인 이정호 박사, 그리고 치과 과장인 이덕희.
  사장실에서 잡담을 하다가, 《조선일보》뒷골목에 있는 신동호 사장의 단골집인 ‘신원’이라는 일식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술이 들어오고, 술이 돌고, 속들이 얼큰해지고, 기분이 나기 시작하고, 옛날 학교 선생들의 별명들이 나오고, 벌을 선 이야기, 야단을 맞던 이야기, 매를 맞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흥이 더해 가고 있었습니다.
  옛날엔 이 꼬마들이 장차 무엇이 될 것인가, 몰랐던 것이 이렇게 마흔이다, 쉰이다, 예순이다. 세월이 갈수록 나타나기 시작하는 그들의 인생, 이렇게 크게 제자리들을 잡고, 성공한 인생으로 같이 술을 맞대고 있으니, 참으로 교육이라는 것은 인생의 대농사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무심코 한마디, 한마디 한 말들이 그들 머리 속에서 싹이 트고, 자라서 그들을 이렇게 훌륭한 인간으로 만들어 가는 신비, 이렇게 기쁜 일이 이 인생에 또 있으랴.
  교육자들의 기쁨과 보람은 이러한 곳에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으로 취해 갔습니다.
  교육은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주는 것이라고.
  교육은 재주를 길러 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부끄러운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저 나는 사람을, 인간을, 그들과 같이 살아온 것입니다.
  그럼 또.(199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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