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494호 어머님께 올리는 기도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7-09-12 13:30
조회수: 432
 
  요즘, 다음과 같은 작품을 썼습니다.
  
  
  어머님께 올리는 기도
  
  어머님,
  제가 긴 이 인생을 마치고
  어머님 곁으로 돌아갈 때엔
  똑똑한 말로,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마디 하게 해주십시오
  
  세상을 떠날 무렵부터
  몸과 혼이 어지럽게 된 사람 많이 보아 옴에
  어머님, 제가 이 세상 하직할 때엔
  성한 몸과 혼으로
  똑똑히 마지막 인사 한마디
  하게 해주십시오.
  
  아, 세상 일 모르는 일이라
  이렇게 간곡히 말씀 올립니다

  어머님, 제가 당신 심부름 다 이루고
  당신 곁으로 돌아갈 때에는
  몸과 혼이 성해서
  똑똑한 인사 말씀 한마디 하면서
  고요히 눈감게 하여 주십시오.
  신세 많았다, 고.
  
  
  요즘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실로 병신이 된 노인들의 비참한 광경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도 한 번 고혈압으로 뇌졸중에 걸려서 쓰러진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제발 성한 몸으로 죽어야지, 하는 근심을 늘 하게 됩니다.
  떄문에 요즘, 아침 짐대에서 눈떠서 별로 아픈 곳이 없으면 “어머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하고 일어나곤 합니다. 이 시와 같은 소원을 중얼중얼 어머님께 올리곤 하면서.
  이제 추위도 슬슬 물러나는 환절기에 들어섰습니다. 우리 집 대문에 있는 라일락은 벌써부터 싹들이 멍울이져서 날로 통통해지고 있습니다. 소녀들의 젖가슴들처럼.
  머지않아 또 봄이 오겠지요.
  그럼, 또 편지 올리겠습니다. (199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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