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493호 내 고향 난실리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7-09-12 13:27
조회수: 362
 
  음력 설, 구정이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편안들 하시겠지요.
  이번 구정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고향에서 지내실 줄 압니다.
  고향이라는 말이 나올 적마다, 특히 이러한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들에게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통일 문제로 거의 반 세기를 두고 논의들을 하고 있지만, 하나 실마리도 보이지 못한 오늘, 일제 식민지 통치하의 서른여섯 주년이 길다고 하지만, 그것을 훨씬 넘어 오십 년, 참으로 암담한 세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아침 수원에 있는 종가집에서 차례를 올리고, 고향 산천에 계신 묘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내 고향 난실리에는 내가 마을에 기증한 밭 백오십 평에 아름다운, 아주 아름다운 노인정이 완공되어, 벌써 그 집 안에서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내고들 있었습니다.
  3월 중에 준공식을 올린다고 합니다. 내가 이렇게 땅을 내놓으면서 고향 가꾸기를 하는 것은 고향다운 고향을 만들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생각에서입니다.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라는 나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서 고향(농촌)을 떠나서 대도시로 모여드는 경향이 날로 늘어가서 농촌은 그야말로 폐촌이 되다시피 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고향이 살아야 인생도 건강히 살아간다는 나의 철학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대도시로 모여드는 것은 대도시에 먹을 것이 있고, 돈이 있고, 명예와 출세의 자리가 있고, 그러한 좋은 일터들이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러한 자리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그러한 곳에서 명예를 따고, 돈을 벌고, 출세를 한 사람들은 그 은혜를 ‘고향 가꾸기’로 갚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 잘 쉬시길.
  그럼 또. (1995.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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