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490호 당신이 그립습니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7-09-12 13:11
조회수: 328
 
  세월은 우주의 섭리대로 정확하게 1995년 1월 1일을 우리들에게 맞이하게 했습니다. 새해라는 것이지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의 속도
    
  아무리 금력이 강하다 한들,
  아무리 권력이 강하다 한들,
  아무리 신의 힘이 강하다 한들,
  아무리 천하 장사의 힘이 강하다 한들,
  어찌, 이 낙화를 막을 수 있으리
  
  아, 그와도 같이
  어찌, 이 세월의 속도를
  당기고, 멈추고, 늦추고, 할 수가 있으리.
  
  
  이렇게 당길 수도, 멈출 수도, 늦출 수도 없는 시간, 그 세월 속에서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가, 늙어 병들고, 속절없이 죽어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속절없는 존재, 그 생존 속에서 나는 당신을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는 겁니다.
  유일한 구원처럼.
  정월 초하루, 나는 예년과 같이 일찍 작업실에 나와서 우선 먹글씨를 썼습니다. 내가 믿고 사랑하는 김삼주(金三柱, 문학 평론가, 시인, 시와 시학사 편집장, 인하대학교 경원대학교 강사)박사를 위하여 우선 ‘돈보천리(豚步千里)’라고 썼습니다. 어려운 일이 많더라도 착실히 걸어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말입니다. 올해가 돼지(豚)해라고 해서, 돼지 걸음도 천리 만리 소망하는 자리까지 간다고.
  그리고 같이 세배차 작업실에 들른 박이도(朴利道, 경희대학교 교수)에게는 세상을 순리(順理)대로 사는 것이라는 뜻에서 ‘일월순천(日月順天)’이라고 써주고, 김용성(金容誠, 인하대학교 교수, 소설가)에게는 세상 많이 참고, 참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는 것이라는 뜻에서 ‘천인일성(千忍一聲)’ 이라고 써주었습니다. 각자 각자의 성격을 나대로 감안한 것이지요.
  나는 정월이 돌아와도 작업실에서 지내는 것이 내 생활 신조였습니다. 세배 같은 것 받지 않고.
  전상국(강원대학교 교수, 소설가)도 세배차 왔었으나, 전에 글씨를 써준 적이 있어서 차만 대접했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해서 적적하지 않게 정초를 지냈습니다. 그럼 또. (199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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