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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03호 보리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7-07 15:34
조회수: 3115
 
보리
                
                            -천경자 여사 개인전에서

                            

                                                   조병화




종달이들이 잠들은
보리밭이었습니다

그리운 편지 같이 나풀거리는
나비들이었습니다

보리알들에 끼어
지장보살처럼 내가 앉으면

나비들이 희롱을 하다간
살짝 넘는 보릿고개들이었습니다

웬일인지 어머니를 부르고 싶은 마음에
자라와 같은 목을 들면

푸른 물결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먼 기적이었습니다

오월
이렇게 고이 익어 가는 내 마음이었습니다




.


   화가 천경자 여사의 동양화 개인전이 부산 남포동 국제구락부에서 있었다. 나는 그 개인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보리라는 그림에 즉흥시를 붙여 《연합신문》에 실었다. 전람회가 끝난 뒤, 나는 뜻밖에도 천여사로부터 이 그림 ‘보리’를 선사 받았다. 참 고마웠다. 그 뒤 나는 이 그림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국제 보도연맹 송정훈 기자에게 부탁하여 국제보도 연간집에 원색판으로 넣기로 하고 일본 도쿄로 보냈다. 책이 나오고 그림의 원색판도 잘 나왔다.

                                                               조병화, 『고백』, 오상,  pp. 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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