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55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7 17:45
조회수: 66
 
17. 하늘

        멀리 가고 싶은 하늘이다
        그리운 것 없이 그리운 하늘이다
        나는 옥상에 오른다
        나와 유리한 관능이
        과감한 하늘을 달리고
        멀리 스치는 해후의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끝에 구름을 탄다
        구름 끝에
        남은 청춘이 날을 샌다
        창을 젖히고
        사랑아 가자 한다
        하늘아 가자 한다
        또다시 옥상에 서서
        나는 중량에 서서
        퓨리탄처럼
        반항처럼
        줄곧 먼 곳을 바라본다.
                                                            시집 『하루만의 慰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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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집으로 나의 시들을 한 권으로 묶어서 단번에 발표(1949. 7.)했지만, 한 편, 한 편, 개별로 발표한 일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집이 나온 뒤에 처음으로 신문에 발표된 것이 이 「하늘」이라는 시 였습니다.
그 당시,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일간신문은 경향신문(京鄕新聞)이었습니다. 그 경향신문의 문화부 부장은 김광주 소설가였습니다.
  김광주 선생은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지금의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서 중국으로 건너가 남경에 있는 남경중앙대학에서 수업하시고, 김구 선생 밑에서 비서를 하면서 중국어로 소설을 쓰시고, 발표를 하시다가, 해방이 되어, 임시정부와 더불어 귀국하신 소설가로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김광주 선생 주위엔 실로 많은 문인, 예술가들이 모여들 있었습니다. 그 많은 문인, 예술가들 중에서 지금 머리에 쉽게 떠오르는 인사들이 있습니다. 나와 인사도 나누고, 술도 같이 마시고, 차도 같이 마시고 하던 인사들. 박인환, 이봉구(소설가), 김수영, 이진섭, 유호(방송작가), 조영암(시인), 임긍재(평론), 윤용하(작곡가), 그리고 이인범(성악가), 이해랑(연극).
  나는 서울고등학교에서 나의 일을 다 마치곤 하루도 빠짐없이 경향신문 문화부를 거쳐서
명동으로 가곤 했습니다. 명동에선 ‘모나리자’, ‘동방싸롱’, ‘휘가로’, ‘돌체’ 등등 다방을 배회하다가 선술집 ‘명동장’. ‘무궁원’ 등등으로 일차, 이차, 순회하곤 했습니다. 그 때 김광주
선생이 이 시 「하늘」을 읽어보더니 신문에 발표하자고 해서 내 생전 처음으로 신문에 내
시가 활자화되었던 겁니다.
  그 무렵, 실로 나는 멀리 가고 싶었던 겁니다. 갈 곳도 없이 멀리, 멀리, 아주 멀리
가고 싶었던 겁니다. 무거운 현실에서 중량 가벼운 청교도들처럼 신대륙으로 떠나고 싶었던
겁니다. 위에 열거한 문인, 예술가들이 당시의 나의 정신의 작은 코로니(식민지)였습니다.
그 작은 식민지에서 나는 나의 생존, 그것을 옹호하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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