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99호 분실신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6-14 14:08
조회수: 3207
 
            

분실신고
                                          조병화


먼 이 이승으로 심부름을 가지고 올 때
단단히 듣고 온 그 심부름을
길이 너무 멀어서 잊어버리고
그것을 찾아 헤매이다가, 이렇게
길에서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길을 헤매 돌면서, 이 이승을 이것 저것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만
잊은 심부름을 다는 찾지 못하여
지금도 길에서 세월을 세월하고 있습니다.
약속된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늘 이렇게 이 세상에 어머님의 심부름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심부름을 마치곤 또 어머님이 계신 저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머님하고의 약속 시간에.
   이제 나이가 칠십을 넘고 보면 어머님 하고의 그 약속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겁니다.
   어머님의 심부름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꿈의 성취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너는 저 세상에 내려가서 네가 하고 싶은 모든 꿈을 다 이루고 오너라” 하시는 그 말씀이었습니다.
  그 꿈을 더러는 잊고, 잃고, 버리면서, 추려서 추려서 내 꿈을 살아온 인생 몇몇, 어머님의 심부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지금 어머님이 계신 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1994. 6. 13.)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둥지, pp. 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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