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73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8 13:15
조회수: 97
 
34 동방살롱 (명동 소묘)


        동방살롱은 한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다방이다
        예술가들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
        예술가들은 돈을 귀찮게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오로지 사랑에 산다
        예술가의 사랑에선 카피 냄새가 난다
        예술가들의 애인들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들은 밤을 새워서 슬픔을 마신다
        예술가들은 밤을 새워서 슬픔을 나른다
        동방살롱엔 방울새 같은 소녀가 차를 나른다
        동방살롱엔 까아만 스웨터를 입은 소녀가 차를 따른다
        동방살롱엔 어머니 같은 부인이 우리를 기른다
        동방살롱엔 오후 다섯 시 자욱한 연기
        동방살롱엔 한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그리운 다방이다.

                                        시집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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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 받아 읽어본 이봉구씨의 『명동, 그리운 사람들』(도서출판 일빛, 1992.6.15.)에 명동이야긴 샅샅이 기록이 되어 있지만, ‘동방살롱’도 그 당시 명동에서 문인,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모이던 다방이었습니다.
  이봉구 씨는 명동에서 살다 명동에서 죽은 애수적인 소설가였습니다. 명동을 사랑해서 매일 매일 밤낮을 명동의 술집, 다방, 거리에서 살다시피해서 그 이봉구 씨의 별명은 명동백작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참으로 명동을 자기 집처럼 살았던 겁니다. 술집 이름, 다방 이름, 거리, 골목 풍경, 그 사람들, 나도 현대문학사에서 낸 『떠난 세월, 떠난 사람』이라는 수필집에서 주로 명동을 다루었지만, 내가 잊고 있던 사실이 재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그 명동 시절 ‘동방살롱’의 축제 때 그 살롱에서 읽었던 시입니다. 열거가 좀 지루한 감이 들지만, 당시의 동방살롱의 분위기는 이러했습니다.
  한때 연극을 하던 이해랑 씨가 이 동방살롱을 인수해서 경영하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이해랑 씨 부인이 카운터를 보곤 했습니다. 이 시는 그 이해랑 씨가 주인을 하던 시절,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동발살롱은 가난한 문인들이 마음놓고 휴식하라는 고마운 뜻에서 김모라는 사업가가 세운 건물의 아래층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마운 김 사장은 그 해 여름 밤섬에서 있었던 문인(文人) 카니발에서 마포로 오던 중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서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아들하고 함께 익사를 했던 겁니다. 애석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비오는 날 장례식은 동방살롱 공지에서 문인장(文人葬)으로 있었습니다.
  지금 명동은 이래저래 상인들의 거리로 변해 버렸습니다만, 그 시절의 예술인들의 향기는 좋은 추억으로 우리들 가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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