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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다는 건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詩想노트
1959년, 1960년경 한참 나라의 정치가 어지럽게 돌아갈 무렵(4ㆍ19, 5ㆍ16등) 나는 6ㆍ25동란 같은 것이 또 일어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과 내 가정에서의 우울한 마음이 겹쳐서 매일 나의 내면의 일기처럼 「밤의 이야기」라는 연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 밤은 역사적, 시대적 밤의 이미지와 내 개인의 숙명적인 밤의 이미지와 겹쳐서 하나의 암울한 밤의 세계를 이룬 복합적인 내 존재의 밤을 의미하는 겁니다.
이 시들이 48편 모일 무렵 정음사 최영해 사장의 요청으로 1961년 10월에 정음사에서 출판이 되었습니다.
이 시 「고독하다는 건｣은 이 시집 20번째에 있는 시입니다. 늘 느끼고 있는 고독이라는 감정은 어디서 오나, 그것을 나대로 찾아본 겁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며, 그것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생겨나오는 순수 감정이며, 그것은 인간이 늘 동경하고 있는 소망이라든지, 꿈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자기 욕망이라든지, 그리움이라든지, 삶을 보다 더 자기 소원대로 살고자 하는 곳에서 생겨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던 겁니다.
다시 말하면 그러한 것이 복합되어 있는 내일 같은 보이지 않는 '너', 그것이 있기 때문에 생겨 나오는 감정이라고 생각이 되었던 겁니다.
이렇게 고독한 감정은 상대적인 감정도 있고 타고 나온 운명으로서의 절대적인 고독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던 겁니다.
이러한 절대적인 고독과 상대적인 고독을 느끼면서 모든 사람들은 살고 있는 겁니다.
상대적인 고독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 아니면 꿈, 아니면 소망, 아니면 그 그리움 같은 것을 완전히 버리고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이 되는 겁니다.
꿈이 없고, 그리움이 없고, 사랑이 없고, 내일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고독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기대가 없는 사람에게 무슨 고독이 있겠습니까.
실로 보다 자기 욕망을 채우려는 의욕적인 사람에게만 있는 숭고한 감정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러한 맑은 정신을 시로써 만들어 본 겁니다.
꿈은 항상 외롭고 소원은 항상 허전하고 그리움은 항상 애타게 하고 내일은 항상 먼 곳에 있는 겁니다.
우리 인간들은 고독한 정신이 있는 한, 항상 노력하고 새롭게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고독한 정신은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길러가면서 그 고독을 사는 것이 진실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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