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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라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이 그립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에
온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詩想노트
이 시는 나의 제1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1949. 7)에 있는 시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먼 초기 작품입니다.
이 때만 해도 시가 무언지 잘 모르면서 그저 외로워서 나대로 시를 써갔던 겁니다. 시는 많이 읽었지만.
나는 여러번 이야기 했듯이 해방 후 좌익이다, 우익이다 하는 정치 바람에도 아주 싫증을 느꼈지만, 내 자신의 나갈 길에서 매우 정절망적인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내가 전공하던 물리화학에 있어서 더 이상 그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는 실험실도 없고, 연구실도 없고, 교수도 없고, 잡지도 없고, 그저 물리선생을 하면서 그날그날을 아주 절망적으로 암담한 인생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꿈의 좌절이라는 절망적인 암담한 분위기 속에서 위안 삼아, 시를 쓰기 시작을 했던 겁니다.
학교시절 쭉 시는 많이 읽었던 관계로, 시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써서 모였던 것이 김기림金起林 시인의 눈에 띄여서 출판된 것이(1949년 7월) 나의 처녀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이었습니다. 이 시 '소라'는 그 시집 속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집이 나오자 또 많은 시들이 모였습니다. 실로 이 시절 나의 시는 그야말로 자위행위였습니다. 이것들이 모여서 제2시집 '하루만의 위안慰安(1950. 4)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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