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63호 어머님이 고향처럼 (2010년 9월 21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9-17 12:30
조회수: 3844
 
                  어머님이 고향처럼- 코르푸에서, 추석 달을 보며

                                                                        조병화

                  어머님, 이번 추석 달은
                  이곳 희랍 코르푸에서 봅니다
                    
                  그곳 난실리엔 대추도 익었을 텐데
                  차례를 차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달에 비쳐오르는 어머님의 큰 얼굴을
                  이렇게, 먼 곳에서 보고만 있습니다.

                  고향처럼.
                  절벽에서.

                                             조병화,『해가 뜨고 해가 지고』


     마침, 시인대회가 계속되고 있는 기간이 음력 8월 보름 부근이었던 모양입니다.
    회의 장소가 있는 힐튼 호텔 언덕에서 환한 달밤에 젖어 있었더니, 같이 갔던 친구가 “오늘은 음력 보름달입니다”, 하고 옆구리를 툭 쳤습니다. 보름달, 음력 8월 대보름 추석 달, 문득 고향 뒷산에 묻혀 계시는 어머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번번히 이렇게 이맘때면 외국 여행길에 있는 때가 많아서, 차례를 못 차려드렸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더욱 이국에서 보는 보름달이 유달리 환했는지 모릅니다.
    참으로 하늘에 비쳐 있는 달, 바다 위에 비쳐 있는 달, 내 마음에 비쳐 있는 달, 황홀했습니다.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희랍의 에게 해라고 생각하니 희랍의 신화 같은 것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더 한층 문학적인 감흥을 돋워 주웠습니다.

                                        조병화,『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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