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09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8-26 12:46
조회수: 276
 




기다리다 시간 되어서
먼저 떠납니다
식사는 이 인분
‘남강’의 초밥으로 마련했습니다
당신 오실 때
따끈한 청주, 한 홉
가슴 속에 부탁합니다
‘고요의 바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도착하는 즉시
다음 표, 미리 마련해 놓겠습니다
서둘며 한 자 꽂아 놓고
시간에 몰려
먼저 떠납니다
조심 조심 오십시오.


詩想노트

나는 불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윤회설(輪廻說)을 대단히 믿고 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나의 윤회설의 신앙에서 쓰여진 시입니다. 그 어느 해였던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우주인이 달에 도착하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드디어 인간은 달을 밟을 수가 있었던 겁니다. 대단한 뉴스였습니다. 달은 그 오랜 신비를 벗게 되고 그곳엔 토끼도 계수나무도 없는 그저 황무지의 발가벗은 흙덩어리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겁니다.
지명도 붙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계곡이 ‘고요의 바다’였습니다. 물이 달엔 없는 대도 바다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 깊은 계곡이겠지요.
나는 이 ‘고요의 바다’라는 달의 지명에 끌려, 이러한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 나는 소공동에 있는 남강(南江)이라는 일본식 식당에 자주 들러서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주로 초밥하고 청주를 마시곤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소재로 해서 끝없이 계속되는 윤회(輪廻)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본 겁니다.
이 시는 원문 그대로 일본에서 기다가와 후유히코(北川冬)라는 시인이 편집한 󰡔세계 현대시 앤솔러지󰡕 상권(上卷)에 실려져 있습니다. <편집자 주 58-59쪽>
기다가와 후유히코는 일본에서 유명한 모더니스트 시인이었으며 「시간사時間社」이라는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시간時間󰡕이라는 시잡지를 출판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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