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99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7-18 13:02
조회수: 322
 

호 수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 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詩想노트

이 시 호수는 1960년대의 작품입니다. 학생들에게 시간을 아껴가면서 자기 스스로의 인생의 노선을 빨리빨리 잡아서 빨리빨리 자기 갈 길을 찾아서 가라는 다분히 교육적인 내용을 나로서는 담은 작품입니다.
대학이라는 젊은이들이 모인 큰 인간 호수, 그것을 생각했던 겁니다. 각 지방에서 큰 꿈을 가지고 모인 학생들, 그 학생들로 이룬 인간 청춘호수, 그곳에서 4년이면 4년 머물다가 또 어디로인지 떠나가야 하는 겁니다.
대학원으로, 혹은 사회로, 혹은 먼 나라로의 유학으로 뿔뿔이 떠나가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5년, 6년, 7년, 8년 묵는 학생들도 있고 도중에 탈락하는 학생들도 있고 가지각색으로 가지각색의 인간현상이 전개되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태만해서 누락이 된다든지 너무 오래 묵어서 썩는다든지, 혼자 외톨이로 이탈을 한다든지, 하지 말고 제 길 갈 곳 찾아서 제 실력 다하여 정한 시간 정한대로 순조롭게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시도 써보았습니다.
실로 이 세상은 하나의 인간 웅덩이입니다. 저수지입니다. 호수입니다.
한 호수에 오래 있으면 그 물도 썩어버리는 겁니다. 인간도 매한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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