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61호 홍콩 (2010년 9월7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9-17 12:27
조회수: 3750
 
                     홍콩

                                                       조병화

                     태풍 경보가 내리고 있는 홍콩 다리목
                     비 내리는 스타 페리 벤치에 앉아
                     나를 정리해 본다

                     지구는 좁아졌다 하지만
                     지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곳
                     어디나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

                     생각을 해 보면
                     나의 인생은 갈망과 부정
                     그리고 오해와 도피를 위한 일체의 소모
                     호주머니에 남은 外貨처럼 허전한 나그네

                     항시 나는 나의 종점과 시발점에서 회전을 했다
                     항시 나는 나의 포기와 이탈 속에서 계속을 했다
                     항시 나는 나의 어둠과 밤 속에서 스스로를 미행했다

                     지구는 좁아졌다 하지만
                     지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곳
                     어디나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

                     지금 나의 자리는 비 내리는 동양
                     금전 공화국
                     동양 천지가 집중하고 있는 곳
                     스타 페리에 비는 내리고 내가 머문다

                              

                                                조병화,『기다리며 사는 사람들』


     서울을 떠나서 홍콩으로, 그리고 홍콩으로부터 긴 구라파 여행을 했던 것이 다시 아시아의 종점 홍콩으로 돌아와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홍콩은 동양의 무역항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 때가 좋았지, 지금은 가짜투성이입니다. 1959년도, 그 때는 모든 것이 진짜였습니다. 사람도 그러했고, 물건들도 그러했습니다.      
    그 무렵 1959년, 구라파가 가기 전에 이곳에서 양복을 급히 만들어 입고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때 나도 이곳에서 양복을 하나 새롭게 만들어 입었습니다. 지금도 그 양복을 입을 정도로 애착이 가고, 품질도 좋았습니다.
    이 시처럼 구라파를 단숨에 한바퀴 돌고 와서 스타 페리 긴 의자에 앉아서 그 짧고 멀었던 여행을 반성해 보면서, 내 스스로의 인생을 생각해 보았던 겁니다. 실로 인생은 여행, 이 지구에서의 여행을 마치곤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 그 인생 여행이 왜 그리 어려운 건지.
    나는 경성사범학교 기숙사 1학년 시절, 다음과 같이 생각을 했던 겁니다.
    인생을 보다 많이 살자고, 육체를 통해서 보다 많이 이 눈에 보이는 자연(지구)을 여행하자, 그리고 책을 통해서 보다 많이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영혼)의 세계를 여행하자고. 그리하여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땐 아무런 후회도 없이 떠나자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 보니 그것들이 다 이루어져서 지금 이 자리 74세의 자리, 이 세상을 떠난다 해도 아무런 후회가 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조병화,『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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