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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詩想노트
그 언제였던가 여름 방학에 경성사범학교 총동창회에서 초청을 받아 일본 아타미(熱海 숙해) 해안 온천 도시에서 열렸던 총동창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한마디 하라는 주문이 들어 왔습니다. 긴 이야기가 하기 싫어서 짤막한 이 시를 읽었습니다. 일어로 만든 시를.
전날 밤 나는 술집에서 이 시를 만들었습니다.
이 시를 읽었더니, 박수가 터져나왔었습니다. 두 번, 세 번을 읽고 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그들 동창들이 요구하는 대로 많이 이 시의 구절, 구절을 베껴 주었습니다.
벗은 실로 서로의 존재(存在)의 숙소(宿所) 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늘 들곤 합니다. 좋은 벗은 좋은 존재의 집이고, 엉성한 벗은 엉성한 존재의 집입니다.
따라서 좋은 벗을 가지면 그만큼 든든한 인생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우리들 인간들은 죽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것은 벗입니다. 벗들이 남아서 자기 존재를 이야기하며 지켜 줍니다. 오래 이야기되는 벗이 있고, 금세 잊혀져가는 벗이 있곤 합니다.
벗은 실로 인생에 있어서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인생의 고마운 동반자들입니다. 상담자들입니다. 뜨거운 만남과 뜨거운 헤어짐을 같이 살아가는 뜨거운 눈물입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서로 만났다가는 헤어져 가야하는 운명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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