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41호 소복히 눈 내리는 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03-05 18:13
조회수: 169
 
  참으로 오래간만에 이 편지 보냅니다. 나는 그 동안 여러 가지를 했습니다.
  우선 1995년 12월 19일, 그러니까 금년도 예술원 마지막 총회에서 제27대 예술원 회장으로 선출이 되었습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회원 마흔여덣 명 중 서른여덣 표를 얻어서 무난히 당선이 된 겁니다.
  그리고 부회장은 연극·영화·무용 분과에서 지명을 하라고 해서 차범석 희곡 작가를 지명, 차범석 씨도 무난히 당선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임기 이 년을 이렇게 차범석 씨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번 더 중임을 할 수는 있지만, 다른 회원 중에서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 년만 충실히 나의 책임 봉사를 하고 사임을 할 작정입니다.
  그리하여 오늘, 그러니까 1995년 12월 20일, 고향 어머님 산소에 가서 이 사실을 보고드리고 다시 상경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법 굵게 그리고 탐스럽게, 그리고 눈답게, 따뜻이 따뜻이 산소에 소복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산소는 물론 만고 세월의 침묵, 그러나 이쯤 되고 보니 어머님도 흐뭇하게 생각하시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실로 옛날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자리까지(예술원 회장 자리)올라와 보니 어딘가 나의 마음도 확 풀려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것, 내가 줄곧 나를 찾아서 부지런히 내 길을 걸어서 노력해 온 것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어머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실로 어머님의 뜻대로 매사가 이루어지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하늘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더욱 고독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점점 혼자가 되어 가는 느낌이지요.
  혼자서 높게 솟아오른 산처럼.
  12월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머지않아 1996년이 오겠지요. 참으로 세월이 하이웨이로 나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상 보고 올립니다. 몸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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