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39호 고요한 인생의 말년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03-05 18:12
조회수: 182
 
  1993년 12월 17일 금요일, 예술원 임시 총회가 있었습니다. 회장, 부회장 선출이 주요 안건이며, 예술원의 조촐한 망년회였습니다. 나는 이 임시 총회에서 뜻밖에도 부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출선 회원 마흔한 명, 과반수가 넘어야 통과하는 법, 무기명 투표 결과, 회장 스물두 표로 통과, 부회장 서른 표로 통과되었습니다.
  회장 이대원(李大原)(화가) (25/41).
  부회장 조병화(趙炳華)(시인) (30/41).
  부회장 인사를 하라고 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부표를 던지신 회원을 늘 머리에 두고, 열심히 우리 예술원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이대원 회장은 실로 유능한 분이라, 회장을 잘 모시고 나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나는 인하대학교 부총장을 임기로 그만둔 이후 이제부턴 ‘부’자가 붙는 일은 생전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만, 이것도 운명인지, 예술원 부회장은 맡기로 했습니다. 물론 시간을 많이 뺏기겠지만.
  사실 ‘부’자가 붙는 보직은 사람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경우도 부총장 시절엔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예술원은 그러한 나의 의견을 결재받는 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맡기로 헸습니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명성도 높으신 회원이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고요한 인생의 말년을 늘 생각하면서.
   원·양 박사는 내일 미국으로 들어가고, 성환이가 미국에서 돌아오고, 모레에는 성인이가 일본에서 돌아오는 일정들이옵니다.
  모두가 이렇게 오고 가면서 인생처럼 전개되고 있으나, 아내 김 박사가 낫기 어려운 암 환자라서 마음이 그저 착잡하고, 힘이 없어져 갑니다. 이러한 것이 인생인 줄을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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