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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운金素雲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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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서울고등학교 도서관 이층 마루방에서 침대 하나 놓고 살았었다. 혼자 읽고, 혼자 쓰고, 혼자 운명을 앓으면서도 시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불안한 역사의 예감 속에서. 언제 좌익과 우익, 남과 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한 상황 속에서.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이러한 ｢하루만의 위안｣은 자살을 눈앞에 두고 그날이 오면, 가볍게 떠나기 위해서, 이러한 생각으로 자기 생존, 그 존재를 확인한 것이며,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치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이러한 ｢낙엽끼리 모여 산다｣는 당시의 우리들의 생존, 그 존재를 낙엽에 비유하면서 소리 높여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회개혁을 고함치며 행렬하는 사람들, 그 가련한 사회현상을 그려본 거다. 1950, 한국전쟁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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