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42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7 17:21
조회수: 504
 
4. 스스로를 그리며

        소년은 그림을 좋아했다.
        끝없이 말려들어가는 신비의 세계
        자연과 인생은 그대로 소년의 교실이었다

        소년의 그림은 어두웠다
        밝은 빛보다 어두운 빛이 많았다
        화려한 풍경보다 쓸쓸한 풍경이 많았다
        행복한 정경보다 가련한 정경이 많았다
        번화한 사물보다 소박한 사물이 많았다

        행복한 동물보다 불쌍한 동물이 많았다
        요란한 식물보다 시들은 식물이 많았다
        요염한 인생보다 쓸쓸한 인생이 많았다

        화려한 사람을 피하며
        우월한 사람을 피하며
        행복한 장소를 피하며

        보다 고적한 곳으로
        보다 적막한 곳으로
        보다 안식할 수 있는 곳으로

        소년은 스스로 혼자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혼자 그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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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공작이라는 것을 좋아 했습니다.
무엇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어쩌다가 손에 들어오면, 나는 그림도구, 아니면 공작도구, 아니면 장난감을
샀습니다. 소위 말하는 군것질을 하나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림은 먼저 크레용, 크레파스로 시작을 했습니다. 어느 해였던가, 물론 국민학교 시절,
교장 선생에게 불려, 교장실에 처음 들어갔더니 그곳에 내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던 것입니다. 내가 인정을 받고 있구나, 내 그림이 인정을 받고 있구나, 하는
즐거움이 작은 자부심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나는 틈이 나면 그림을 그렸습니다. 교실에서, 교실 밖에서, 들에서, 산에서,
소풍을 가서도.
  그런데 나의 그림은 다른 어린이들의 그림에 비해서 어둡고 쓸쓸했습니다. 나는 그
어둡고 쓸쓸한 것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들뜬 밝은 세상보다는 쓸쓸하고 가라앉은
세상에 마음이 가곤 했던 것입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눈물이 많았습니다. 즐거움보다 슬픔이 많았습니다. 즐거운 마음보다
쓸쓸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떠들썩한 것보다 혼자서 꾸물꾸물 생각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여럿이 어울려서 노는 것보다 혼자서 차근차근 노는 것이 좋았습니다. 때문에 마음에 꼭
맞는 친구라는 것이 그리 없었습니다. 또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에 맞는
것을 찾아서 나대로 그림을 그렸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지도도 받지 않고.
  경성사범학교는 입학하자마자 의무적으로 운동부에 들어가야 하고, 학술부에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나는 서대문에 있는 미동공립보통학교에 다닐 때 육상 릴레이 선수였었기 때문에
경성사범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운동부엔 육상경기부에 들었고, 학술부엔 내가 좋아하던
미술부에 들었던 것입니다. 열심히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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