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94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6-14 12:23
조회수: 87
 
낭만시절과 그 주변

-----------------------------------------------------------------------------
임명방·임영방·김수영·박인환·김소운·김광주·송지영·최영해·권영숙·신상주·원응수·정하룡·
박창해·김동욱·이가원·양주동·오화섭·이군철·이헌구·이해창·이석곤·방용구·이태극·이진구·
김진섭·박노식·박노춘·남광우·김민수·양재연·이동림·김기동·이근삼·박은수·김붕구·전광용·
정한모·정한숙·박연희  
-----------------------------------------------------------------------------
임명방 교수의 청을 받아들여서 나는 이곳에서 시집 󰡔시간의 숙소를 더듬어서󰡕의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했다. 출판기념회라 하면 다방이나, 양식 홀이나 그런 곳에서들 했지만 비어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한 120~30명의 좌석이 있는 평소에 칵테일로 차려서 근 200명의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의자·테이블 하나없이 서서들 마시는 자리, 장내가 그저 넘치는 맥주였다. 문인들, 화가들, 교수들, 럭비협회 회원들, 출판인들, 하루저녁에 가득히 모여든 그리운 얼굴들이었다.
감사하게도 임 교수 형제들의 아버님께서도 참석을 해주었다. 지금도 그 고마움 머리에 선하다.
이 출판기념회가 있은 다음 날부터는 좀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가득했다. 그만큼 소문이 나기 시작한 거다.
수많은 교수들, 수많은 문인들, 수많은 예술가들, 수많은 언론계 인사들, 수많은 사회명사들이 수없이 저녁이면 찾아들곤 했다. 그러니까 명동에서 상업에 쫓겨난 인사들이 모두 이 넓은 비어홀로 모여들게 된거다.
이렇게 ‘낭만’은 장안의 명물, ‘개방종합대학’처럼 문화분위기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명동에서 보던 분산된 대학촌들이 이곳에선 한곳에 모여든 대학본부 같은 인상을 갖게 해주었다.
실로 이곳은 술집이 아니라, 장안의 종합대학이었다. 비어홀이 아니라 시민들의 개방·종신·자유 개방대학이었다. 문학이 있고, 미술이 있고, 음악이 있고, 연극이 있고, 각종 학문이 있고, 언론이 있고, 그것이 매일 밤 종합적으로 토론이 되는 세미나 장소, 바로 그것이었다. 장안의 톱클라스의 인사들이 모여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각 대학의 웬만한 학과회의나, 학과장회의나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며 이루어져나가기도 하곤 했다. 한참 무르익는 밤 여덟시 부근이 되면, 장내가 자욱한 문화의 도가니였다.
그 무렵 직장을 파하고 약속하는 장소가 이 종로의 ‘낭만’이었다.
그곳에서 저녁에 만나, 하면 ‘낭만’을 뜻하곤 했다.
나는 임명방 교수의 덕분에 이곳이 나의 단골이 되었다. 명동을 떠난 후, 한동안 조선일보 뒷골목 아리스 다방 부근의 술집들을 출입했으나, 나의 출판기념회가 이곳에서 있었던 이후엔 줄곧 이곳이 나의 단골이며, 연락사무소이며, 원고 교환소이며, 인생의 휴게소였다.
    
△ 이전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95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 다음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93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