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87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5-21 12:46
조회수: 91
 
모윤숙毛允淑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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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윤숙·변영로·김광섭·김광주·이헌구·이무영·백철·조중훈·전혜린·주요섭·김성한·
조경희·전숙희·박태진·피터현·전봉래·김창석·최영해·천성환·최자현·조병문·박양균·
양주동·안수길·이하윤·최정희·전광용·김종문·이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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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70년대는 실로 턱도 없이 소위 난해시가 우리나라에 유행하던 시대였다.
난해시라야 시라는 것이다. 모르는 시라야 현대시라는 것이다. 모르게 써야 그것이 현대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되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석이 되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읽어서 아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미를 지닌 시는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용이 있는 시, 뜻이 담겨져 있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며, 뜻이 없는 것이며, 시는 그 기호의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무지 모르는 그러한 사이비 시론들이 판을 치는 시대였다.
어렵게 써야 현대시 계열에 낄 수 있다는 거다. 그러한 모호애매한 현대시를 써야 시인으로서 행세를 한다는 거다. 그렇게 그러한 시인들에 끼어야 매스컴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거다. 그렇게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려야 문인행세를 하는 맛이 난다는 거다. 실로 도도한 탁류였다. 무어가 무언지 모르는 문학의 풍토, 그 속에서 인간을 고민하는 문사들은 고독했다. 인생을 고민하는 진지한 시인이나, 작가들은 고독했다. 그러한 한국적 실존을 목격하면서, 진실한 현실을 정직하게 작업하던 문인들은 스스로의 길을 더욱 깊게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고독한 작가정신으로,
작품은 유행이 아니다. 어느 유파도 아니다. 어느 운동도 아니다. 어느 운동의 구호도 아니다. 더더군다나 그러한 운동의 프로퍼갠더도 아니다. 작품은 진실한 시인이나, 작가의 정직한 생존, 그 증언이며, 그 존재의 숙소인 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관해서 자기를 살며, 자기를 써오는 진실한 시대의 동반자가 있다. 지금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몇몇 시인들 중의 박태진(朴泰鎭) 시인이 있다.
박태진 시인은 언제 보아도 순수하다. 깨끗하다. 멋쟁이다. 서구적인 냄새가 저절로 풍기는 교양인이다. 그에겐 캡이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도 악의가 없다. 항상 선량한 마음으로 벗을 대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알고, 자기에게 충실히, 자기를 써오면서, 자기의 역사적 현실을 써오면서, 역사의 변화, 그 시대의 흐름을 써오고 있다. 시대적 피해자로서, 그 역사의 피해자로서,
그와 나는 동갑나기다. 1921년생, 보통학교·중학교·대학교까지 항상 전쟁 속에서 지내던, 소위 만주사변이, 중일전쟁이, 그리고 제2차세계 대전쟁이 줄곧 이어지며 항상 일그러진 꿈을 살아야 했던 시대, 그 시절의 경험이 같은 역사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1946년경, 그러니까 해방 직후라 하겠다. 처음으로 명동 다방촌엘 출입하면서 나의 단골다방은 명동 초입에 있던 ‘라 프륨’이었다. 작고, 아담하고, 예쁘게 실내장치가 되어 있었다. 나중에 박태진씨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라 프륨’이라는 말은 Pen이라는 불란서말이라는 거다. 이렇게 박태진 시인은 영어와 불어에 능통하고 있었다. 때문에 누구보다도 구라파의 소식을 먼저 알고 지냈다. 지금도 S. 스펜더가 발행하던 󰡔엔카운터(Encounter)󰡕지를 정기구독하고 있으며, 때때로 새로운 문학에 관한 기사가 있으면 나에게 알려주곤 한다. 아마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문인중에서 가장 많이 외국문단 이야길 알고 있는 사람은 박태진씨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다. 하긴 오랫동안 해운공사의 구라파, 특히 런던 주재원으로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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